전 휴렛패커드(HP) 이사 월터 휴렛의 컴팩컴퓨터 합병 반대 투쟁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2001년과 2002년 실리콘밸리의 ‘3류 드라마’ 같은 컴팩 합병 비화를 속속들이 다룬 두권의 저서가 나왔다.
이 책들은 휴렛 이사가 주축이 된 HP 창업자 가족과 아웃사이더로 HP에 들어온 칼리 피오리나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HP 이사진간의 역사적인 싸움의 내막을 파헤친다.
패스트컴퍼니의 편집장 조지 앤더스와 비즈니스위크의 기자 피터 버러우스가 집필한 2권의 저서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사실이 여럿 드러난다.
앤더스는 다음달 1일 서점에 나올 자신의 저서 ‘완벽:칼리 피오리나와 휴렛패커드의 재편(Perfect Enough:Carly Fiorina and the Reinvention of Hewlett-Packard)’에서 HP 이사회는 주주들이 컴팩의 190억달러 합병안에 반대할 경우 피오리나를 CEO로 그대로 두고 주력사업체인 프린터 사업부문을 분사시키려 했다. 앤더스는 HP 이사회가 주주 쟁탈전 기간 휴렛 이사 진영이 이와 비슷한 제안을 했을 때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도 내밀하게 분사 문제를 논의했다고 썼다.
피오리나는 이사회 회의에서 “이제 결별할 시간”이라며 동료 이사들에게 HP 공동창업자의 장남인 빌 휴렛 이사를 이사회에서 축출할 것을 강변했다. 이사진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사진들은 나중에 휴렛이 주주 투표에서 패배한 뒤 그에게 올리브 가지를 주기도 했다.
HP 공동창업자 데이비드 패커드의 딸로 패커드재단의 이사장인 수전 패커드 오르는 재단의 나머지 이사진들과 같이 합병에 반대했다. 하지만 오르는 피오리나 CEO의 용기에 감탄한 나머지 피오리나 CEO에게 전화로 재단의 결정을 통보할 때 울먹였다.
HP와 컴팩간 최초의 합병 논의는 순탄치 못했다. 비즈니스위크의 버러우스는 다음달부터 서점에 나올 자신의 저서 ‘맞불전략:HP 정신을 얻으려는 칼리 피오리나의 도박(Backfire:Carly Fiorina’s High-Stakes Battle for the Soul of Hewlett-Packard)’에서 양사가 처음 2001년 8월 합병 합의에 실패하자 컴팩 전 CEO 마이클 카펠라스는 델컴퓨터와의 합병을 추진했다고 썼다. 그는 카펠라스는 델과의 합병 시도가 실패하자 다시 HP와 합병을 추진했다며 그 과정을 묘사했다.
앤더스는 피오리나 CEO가 처음에 자신의 합병계획에 대해 HP 이사진 중 3명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으나 2001년 7월 이틀간의 마라톤 회의를 고비로 휴렛 이사를 제외한 이사 전원의 지지를 얻어냈다고 덧붙였다.
버러우스는 자신의 저서에서 루슨트테크놀로지스의 고위 중역이던 피오리나가 지난 99년 HP에 입사하기 전 그녀는 루슨트 고객과 맺은 두 건의 말썽 많은 계약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고 썼다. 문제의 두 거래는 어드밴스드라디오테크놀로지에 대한 2억달러 대부와 나중에 파산한 통신 신생회사 윈스타커뮤니케이션스에 대한 20억달러의 대출계약이다.
HP의 홍보담당자 수제트 스티븐스는 버러우스의 루슨트 관련 부문에 대해 논평하기를 거부하고 다만 피오리나가 루슨트를 떠난 뒤에 일어난 문제에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변했다.
두 저자는 집필을 위해 HP 진영으로부터 협력을 얻었었다.
앤더스는 HP 내부자들과 더욱 가깝게 지냈다. 앤더스는 몇시간 동안 피오리나와 HP의 고위 중역들 및 이사진과 회견했으며 HP 홍보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그 결과 프린터사업 분사 논의를 하던 이사회 회의의 자세한 분위기까지 생생하게 전달했다.
버러우스는 앤더스 편집장에 비해 HP의 지원을 덜 받았고 주로 몇년 동안 HP를 취재하면서 알게된 소식통들에 더 많이 의존했다.
앤더스는 자신이 피오리나 CEO와 여섯차례나 회견했고 휴렛 이사와도 네차례 회견했다며 그래도 스스로 모든 정보 소스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두 저서는 모두 한쪽 편을 일방적으로 영웅이나 악당으로 묘사하지 않았다.
앤더스는 “HP가 직면한 도전을 감안할 때 컴팩 합병은 완벽한 작품이었다”고 결론지었다. 버러우스는 휴렛 이사를 ‘투자자 권리 보호의 화신 같은 존재’로 묘사했으나 피오리나 CEO에 대해서는 ‘HP를 위대하게 만든 HP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 영입됐으나 대부분의 임무에서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