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사피엔스 이야기](52)동화책 읽어주는 로봇

 최근 국내 유아교육업계 일각에서 매우 중요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어린이교육에 로봇을 이용하는 사업모델이 올 봄 상용화를 목표로 비밀리에 추진중인 것이다. 유아교육 전문업체 한솔교육은 유진로보틱스와 함께 원격지의 교사와 어린이를 무선 인터넷으로 연결해 각종 교육콘텐츠를 제공하는 가정교사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페가수스란 이름의 이 가정교사로봇은 음성인식에 따른 양방향 대화와 장애물을 피하는 기동성, 바디랭귀지, 무선 인터넷접속, 배터리 자동충전 등 진일보한 기능을 자랑하며 판매예상가는 약 300만원이다. 페가수스는 지난해 하드웨어 본체는 완성됐으나 로봇시스템에서 구현할 교육콘텐츠를 구하지 못해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로봇기반의 교육모델에 주목한 한솔교육측은 현재 5∼9세 유아용 교육프로그램 ‘재미나라’를 페가수스에 내장시키고 주고객층인 어린이들의 반응을 유심히 살피는 상황이다. 이 실험이 성공할 경우 한글과 산수, 영어회화는 물론 동화책까지 읽어주는 가정교사로봇이 상반기 중 국내시판에 들어가게 된다.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 원격지의 교사가 무선랜과 연결된 로봇을 통해서 아이와 대화하는 원격로봇 교육모델도 곧 실험될 예정이다.

 이처럼 로봇을 어린이교육에 투입하는 사업모델은 가정에서 수백만원대 고성능 로봇구매를 합리화시킬 거의 유일한 대안이란 점에서 탁월하다. 평소 부모들이 아이에게 사줄 로봇은 싸구려 장난감 수준을 넘지 못한다. 하지만 교육에 도움이 된다면, 우리 아이 똑똑하게 키우기 위해서라면 매우 부담스런 가격의 교육용 로봇도 구매할 잠재수요가 우리사회에는 꽤 많다. 사실 한국의 세계적인 교육열이 성장시킨 연 3조원대의 유아교육시장에 비하면 300만원짜리 교육용 로봇은 실로 대수롭지 않은 존재다. 최근에는 사람 말을 알아듣는 곰인형을 어린이 영어교육에 활용하는 등 아이들을 위한 교육용 로봇개발이 매우 활발해지는 추세다.

 이같은 로봇기반 교육모델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과거 인터넷이 어린이교육에 미친 영향을 다시 살펴보자. 많은 교육전문가들은 불과 3∼4년전까지 인터넷은 어린이교육에 적합한 도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산만한 어린아이가 웹상의 교육콘텐츠를 검색하는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가정에선 네살바기 유아가 혼자서 웹서핑을 하면서 멀티미디어 동화책을 뒤적거리는 광경도 흔하다. 한국의 사이버 키드들은 놀라운 속도로 인터넷교육환경에 적응했고 현재 한솔교육의 4∼7세 온라인회원만도 35만명을 넘어섰다. 인터넷교육은 오프라인교육을 보완하는 새로운 교육채널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결국 로봇기반 교육도 유사한 경로로 발전할 전망이다. 머지않아 공공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이 로봇주위에 모여앉아 동화를 듣는 모습이 흔해질 것이다. 한국은 로봇교육열에서도 세계일류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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