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 혁명이 시작됐다](3)스마트웨이

눈이 내리면 도로 곳곳은 빙판길로 바뀐다. 날씨가 풀려도 햇볕이 닿지 않는 도로에는 빙판이 그대로 남아 대형 교통사고의 원인이 된다. 실제로 최근 폭설이 내린 영동고속도로 구간에는 하루평균 10여건 이상의 빙판길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고 다발지역으로 꼽히던 강원도 진부령터널과 대관령 2, 3터널구간에서는 올 겨울들어 몇차례 폭설에도 불구하고 단 한건의 접촉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도로에 쌓인 눈을 자동으로 녹이는 도로결빙방지시스템이 설치됐기 때문이다.

 최근 지능형 도로(Smart Way)의 새로운 안전기능으로 관심을 끄는 도로결빙방지시스템은 도로표면에 장착된 특수 센서가 쌓인 눈을 스스로 감지해 도로 위에 액상염화칼슘을 자동으로 뿌려준다. 도로 스스로가 쌓인 눈을 제거해 도로결빙을 막는 것이다. 더욱이 도로결빙방지시스템은 수작업으로 뿌리는 모래나 소금, 염화칼슘보다 제빙효율이 10배나 높아 사고예방 효과도 탁월하다.

 실제로 일본, 북미, 북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도로결빙방지기능을 갖춘 지능형 도로망 구축이 확대 일로에 있다. 특히 이 지역에서 도로결빙방지시스템을 설치한 후 해당 도로의 겨울철 방판길로 인한 사고 발생률은 평균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도로에 깔린 짙은 안개나 폭우 등 예상치 못한 기상변화도 안전 운전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이다. 잠시 뒤에 주행할 도로가 젖었는지 얇은 빙판길인지 짙은 안개에 쌓였는지를 미리 알 수 있다면 사고위험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래서 변덕스런 날씨 변화를 운전자에게 예보하는 도로기상정보시스템(RWIS:Road Weather Information System)은 도로결빙방지시스템과 함께 ‘빠르고 안전한’ 운전환경을 위한 지능형 도로의 좋은 사례로 꼽힌다.

 RWIS는 도로변에 설치된 도로기상관측장비와 도로 표면에 박힌 습도·온도센서로부터 기상정보를 제공받아 차량 운전에 위험이 되는 기상상황을 1∼2시간 전에 운전자에게 미리 통보해 준다. 일반 기상예보는 광범위한 지역의 날씨를 예측하지만 RWIS는 특정 도로구간만 다루기 때문에 기상예측의 정확도가 훨씬 뛰어나다. 일본에서는 이미 1000여곳의 사고다발지역에 RWIS가 설치됐으며 국내에서도 서울 북악스카이웨이와 남부순환도로, 제주시 한라산 횡단도로 등 11개 구간에서 시험운영중이다.

 이처럼 스마트웨이는 도로라는 물리공간에 센서와 같은 전자공간을 이식하고 사람과 도로가 접속해 자유롭게 정보를 교환한다. 실제로 최근에 건설되는 고속도로는 첨단센서가 심어지고 유무선 통신망으로 촘촘히 연결돼 똑똑한 스마트웨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한낱 아스팔트 조각에 불과하던 포장도로가 어느 새 유비쿼터스 기술을 구현하는 첨단 매체로 변신한 것이다.

 명절 때마다 전국의 고속도로와 지방국도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하지만 운전자들은 별 다른 대안이 없다. 그저 마음을 비우고 끝없는 차량의 행렬이 움직이길 기다리는 것이 고작이다. 대도시의 주요 도로망도 심각한 동맥경화에 걸린 지 오래다. 억대를 호가하는 최고급 스포츠카도 꽉 막힌 도로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도로 위에서 소비하는 시간은 해마다 늘어나 매년 수조원대의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하지만 유비쿼터스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웨이는 도로에 지능을 부여해 답답한 도로상황을 개선하는데도 위력을 발휘한다. 운전자가 상황에 따라 최적의 주행경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로 스스로가 교통정보를 알려주는 실시간 교통정보망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교통정보망은 수많은 노면 센서나 영상감지기로 도로위의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이를 다시 도로전광판과 유무선 통신망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준다. 최근에는 휴대폰을 통해 전국 도로의 주행속도와 교통상황 동영상을 보여주는 교통정보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유비쿼터스 기술은 운전자가 ‘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실제로 유비쿼터스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교통정보망은 한정된 도로자원으로 최대의 교통흐름을 수용할 수 있다. 사고시에도 구급차량의 현장 출동시간을 평균 3분의 1로 줄여 교통 사망률을 낮추는데도 큰 역할을 한다.

 이제 도로는 단순히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구조물이 아니다. 이미 서울과 부산, 대전시를 관통하는 주요 간선도로에는 교통흐름을 손바닥처럼 파악하는 특수센서와 영상감지망이 작동되기 시작했다. 오는 2005년경에는 노들길과 올림픽대로 41.8㎞ 구간에 노면상태를 감지하는 RWIS망이 구축된다. 지능형 도로 건설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빠르고 안전한 드라이빙을 바라는 운전자들이 오랫동안 꿈꿔온 길, 그것이 바로 유비쿼터스 세상으로 가는 길이다.

 

 

 팀장:주상돈기자 sdjoo@etnews.co.r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성호철 특파원(일본) hcsung@etnews.co.kr

 

 ◆도로결빙방지시스템 어떻게 작동하나

 올 겨울 별 다른 사고없이 강원지역 스키장을 다녀온 사람들은 이미 똑똑한 지능형 도로의 혜택을 일부 경험한 것으로 생각해도 무방하다. 아스팔트 도로가 스스로 눈을 녹여 운전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유비쿼터스 기술이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도로가 스스로 쌓인 눈을 제거하는 도로결빙방지시스템은 두 종류의 노면센서와 기상관측장비, 융설액 분사펌프로 구성된다. 결빙감지센서와 온도, 습도센서가 도로에 쌓인 눈이 얼어붙을 조짐을 감지하면 도로 옆에서 눈을 녹이는 염화칼슘용액이 일제히 분사된다.

 웬 만큼 내리는 눈은 하루 3∼4회 융설액 분사로 해결되고 1m가 넘는 적설량이 쌓이면 20∼30회 융설액을 뿌려 빙판길 사고를 막아준다. 이 시스템은 흔히 빙판길에 손으로 뿌리는 모래, 소금, 염화칼슘가루보다 제빙효율이 월등하며 자동차, 교량철판이 염화칼슘으로 부식되는 피해도 거의 없어 선진국형 제설 장비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눈이 많은 북유럽, 캐나다, 일본 등지에선 도로결빙방지시스템 도입이 확대일로에 있다. 주로 설치되는 장소는 터널 입출구나 대형교량, 험준한 산악도로 등 대형사고 위험지역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국내에서는 폭설로 인한 빙판길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정선카지노 진입구간을 비롯해 강원도 진부령터널 상행선과 대관령 2, 3터널의 1.5㎞구간에 도로결빙방지시스템이 설치됐다. 또 수도권과 강원지역 산간도로 3곳에도 결빙방지시스템 설치가 진행 중이다. 결빙방지시스템이 설치된 강원지역 터널구간에서는 올 겨울 수차례 폭설에도 별다른 빙판길 접촉사고가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인터뷰>한국도로공사 도로본부 유경수 교통처장

 “운전자와 도로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지능형 도로의 미래상도 결국은 모든 인공물을 네트워크로 연결시키는 유비쿼터스 기술의 연장입니다.”

 지난 10년간 한국도로공사에서 지능형 도로사업을 담당해온 유경수 처장은 지능형교통정보시스템(ITS)분야에서 손꼽히는 현장전문가다. 사실 그에게 유비쿼터스 개념은 그리 낯설지 않다. 아스팔트 도로위에 센서와 통신망을 깔고 자율적 지능을 부여해 유비쿼터스 기능을 구현하는 작업을 늘상 해왔기 때문이다. 다음은 유 처장과의 일문일답.

 ―국내 지능형 도로의 현황은.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고속도로 이용률이 밀집해 지능형 도로망의 건설에 매우 유리하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10년간 총 5052억원을 투자해 전국 24개 고속도로 2638㎞구간을 지능화했으며 전국 지방국도까지 지능형 도로망을 확대할 예정이다. 발달된 유무선 통신망 덕분에 최근 국내 대도시와 고속도로에 건설되는 지능형 도로는 일본, 유럽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지능형 도로의 미래는.

 ▲앞으로 지능형 도로망은 휴대폰 무선인터넷과 연결되면서 운전자의 이동경로 선택범위를 비약적으로 넓히고 사고예방에도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이번 설날에도 교통흐름을 최적화하는 전국 도로교통관리체계가 상당한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생각한다. 유비쿼터스 기술을 활용해 운전자와 도로가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 지능형 도로의 미래상이다.

 ―이상적인 유비쿼터스 교통환경을 위해 개선할 점은.

 ▲지능형 도로는 전국적인 통합관리가 필요한 데도 현재는 운영주체들이 너무 지엽적으로 쪼개져 있다. 민간기업과 지자체, 중앙정부가 저마다 지능화 도로구축에 중복투자를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주도해서 전국 도로에서 나오는 실시간 교통정보를 통합하는 표준화논의가 시작돼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