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주 번호이동성 득실따라 주가차별화

 이동전화 3사의 주가가 내년 식별번호 통합 및 번호이동성 도입의 득실관계에 따라 확연히 차별화되는 움직임을 보였다.

 17일 증시에선 번호통합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른 LG텔레콤이 전날의 배에 달하는 거래량을 동반한 채 상한가(4990원)까지 치고 올랐다. 이날 주가상승은 지난해 10월 18일 이후 석달만에 첫 상한가며 LG텔레콤은 이번 조치로 5000원선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됐다.

 시장 점유율 2위 업체인 KTF도 번호통합의 두번째 수혜자란 인식으로 전날보다 2.94% 오르며 3만1500원에 올라섰다. 거래량도 194만주로 전날의 6배 이상에 달했다.

 반면 시장주도 사업자이지만 011 브랜드의 약화와 함께 일부 가입자의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SK텔레콤은 최근들어 가장 많은 하락세를 보이며 전날보다 2.8% 떨어진 22만6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이날 이통 3사의 주가가 사업자에 관계없이 차세대 이동전화(IMT2000) 식별번호인 010으로 내년 1월부터 통합되면서 얻게 될 이해득실을 그대로 반영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번호이동성 제도가 2004년 1월 SK텔레콤을 시작으로 7월 KTF, 2005년 1월 LG텔레콤 순으로 일방향 도입됨으로써 사업자 역순으로 가입자 증대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이날 주가흐름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비대칭 규제’가 개별 사업자들에 가입자 규모와 시장 점유율에 반비례하는 수혜효과를 초래한 것이다.

 양종인 동원증권 연구원은 “순차적 번호이동성이 도입되면 내년에는 LG텔레콤과 KTF의 순으로 후발사업자들에 유리하고 2005년부터는 통화품질과 요금정책에 따라 점유율이 판가름날 전망”이라며 “투자자들은 일단 내년의 시장효력을 크게 보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단말기 보조금 정책, IMT2000 활성화 여부와 가입자 추세 등에 따라 최종적인 사업자별 수혜 정도를 다시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증시에서는 통신주를 둘러싸고 다시 불거진 정부규제 리스크를 놓고 하루종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연말을 고비로 통신주에 대한 정부규제 리스크가 대부분 종결되고 올해는 펀더멘털과 주주가치 증대 경영 등 기업 본연의 평가기준을 중심으로 주식가치가 결정될 것이란 예상이 연초부터 빗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장상황, 사업자 특성을 무시한 채 번호통합을 진행하려는 것 자체가 규제완화라는 대세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후반기 KT, SK텔레콤 등 사업자들의 온갖 노력을 통해 이제 막 우호적으로 바뀌려던 외국인들의 시각에도 이번 일이 못마땅하게 받아들여질 것은 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방침 발표 후 첫날 장에서 나타난 주가 갈림현상이 얼마나 지속될 것이냐는 데 대해서는 단기적 영향에 그칠 것이라는 쪽이 우세하다.

 양성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번호이동성 도입후 시장점유율의 결정적 변수는 요금과 무선 인터넷서비스의 경쟁력인데, 요금격차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으며 내년에는 더욱 줄어들 것인 데 반해 무선 인터넷은 SK텔레콤의 우위가 더욱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만큼 시장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