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동전화번호 개선책

 오는 27일 열리는 통신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시행하겠다고 밝힌 이동전화 번호제도 개선계획을 놓고 벌이는 이동통신서비스 업체간 입장이 달라 혼란스럽다. 한쪽에서는 “국가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011, 016, 019 등 가입회사별로 다른 식별번호를 폐지하고 통합번호인 010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선발기업에 대한 차별대우이자 정권 말기의 졸속 행정”이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부는 이와 관련해 “번호 통합 및 번호이동성 시차 도입 방침은 정해진 일정에 따라 구체적인 방안을 만든 것으로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설이 일고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물론 어떤 정책이 지고지선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정책의 옳고 그름은 논하고 싶지 않다. 분명한 것은 이용자 편의를 도모하고 통신번호체계를 선진화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이동전화 번호제도 개선계획이 이통업체의 이해관계로 의해 좌지우지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정책을 무조건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파장이 엄청난 이슈를 공개적인 여론수렴을 거치지 않고 결정한 것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식별번호가 폐지될 경우 총 3200만명에 이르는 이동전화 가입자들이 명함·카탈로그·간판 등의 전화번호를 새로 바꿔야 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크고 이에 소요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처럼 엄청난 문제를 공청회 등 의견수렴 과정 없이 결정했다는 것은 지적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본다.

 이번 사태를 불러 일으킨 이동전화 번호제도 개선계획의 주요골자는 이동전화 식별번호 단일화, 번호이동성 순차적 도입, 통합번호 체계 마련 등 크게 세가지다.

 식별번호 단일화는 현재 사업자별로 구분된 이동전화 식별번호를 010으로 통일해 신규 가입자들에게 ‘010-YYYY-XXXX’ 형식으로 번호를 부여하는 등 오는 2007년 말까지 모든 이동전화 식별번호를 010으로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이동전화 식별번호가 010으로 통합되면 이동전화 가입자간에 식별번호를 누르지 않아도 되는 등 이용이 편리하고, 사업자별 식별번호 브랜드화로 인해 나타나는 가입자 쏠림 현상도 막을 수 있다.

 번호이동성은 가입자의 개인적 선호도에 따라 가입회사를 바꾸더라도 기존 전화번호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제도로 내년 1월1일부터 SK텔레콤에 우선 적용하고 6개월 간격으로 KTF와 LG텔레콤에 순차적으로 적용하게 된다.

 당부하고 싶은 것은 이 정책이 시행되기에 앞서 갖가지 보완사항을 완벽히 준비하라는 것이다.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업자간에 갈등을 원만히 조정하고 소비자들에게 좀 더 편리하고 저렴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번호이동성은 환영하지만 듀얼밴드 단말기의 조속한 의무화가 필요하다. 또 단말기 가격때문에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이런 사실이 그대로 방치된다면 소비자들의 민원이나 불만이 커질 수도 있다.

 가뜩이나 정권 말기에 추진되고 있는 정책들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쏠려 있는 판에 정부가 소신과 원칙을 갖고 밀고 나가는 사안이라면 좀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불필요한 오해와 혼란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