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사상 최대 임원인사 배경

 17일 삼성그룹이 사상 최대규모로 단행한 임원인사는 불확실한 미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참신한 인물을 대거 발탁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또 그동안 경영성과 중심의 능력주의 인사기조를 유지해온 삼성이 최고의 경영실적을 올린 임직원들에게 대폭적인 승진 등 과감한 보상을 실시함으로써 향후에도 실적중심의 인사와 경영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363명에 이르는 대규모 승진자 중 부사장 승진자를 전년도 수준의 2배로 늘린 것도 향후 삼성의 경영을 이끌어갈 CEO 후보군을 두텁게 해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한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의 일환으로 보인다. 특히 승진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여겨졌던 이재용 상무보의 상무 승진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인사에서는 일반적인 인사기준에 비해 조기에 승진시키는 이른바 ‘발탁’의 경우가 76명으로 전체 승진자의 21%에 이르는 등 역대 최고로 나타나 연공서열보다는 실적과 능력이 가장 중요한 인사기준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승진자의 평균연령도 45.9세로 역대 최연소를 기록하는 젊고 참신한 인물들이 대거 발탁, 승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사장 승진자의 경우 전체 25명 중 40대가 10명이 포함되는 등 승진임원 전체의 평균연령분포가 지난 2001년과 2002년의 각각 47.3세와 46.3세에서 올해는 45.9세로 더욱 낮아지는 등 40대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전체 임원 중 40대 임원비율도 이번 인사전에 59%였던 것이 인사후에 67%로 대폭 늘어나 40대가 임원계층의 주력으로 자리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진자의 직종분포면에서도 기업경쟁력의 핵심부문인 기술 및 영업분야에 대한 승진이 대폭 늘어난 것도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연구개발을 포함한 기술직의 승진자는 총 125명으로 사상 최대규모에 달하고 영업직의 경우도 전년대비 10% 이상 늘어난 93명으로 집계됐다.

 해외부문에서는 총 63명이 승진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작년에 이어 외국인인 데이비드 스틸을 정규임원으로 선임한 데 이어 금년에도 미국 현지법인 휴대폰 판매 책임자인 피터 스카르진스키를 정규임원으로 선임하는 등 전세계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지인에게 삼성에서의 성장비전을 제시함은 물론 국적에 관계없이 핵심인재를 확보, 활용하는 글로벌기업의 면모를 더욱 강화했다.

 이와 함께 세계 최초로 디지탈카메라 내장 및 대형 컬러LCD를 채택한 휴대폰을 개발한 삼성전자의 최도환 전무를 비롯해 유병률 전무, 김헌배 상무보, 류영무 상무보 등 탁월한 업적을 거둔 4명에게는 전년도 승진에 이어 올해 또다시 승진시키는 파격적인 대발탁을 실시한 것도 관심을 끈다.

 한편 삼성은 임원인사를 통해 임원의 석·박사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등 임원의 인력구조를 지속적으로 고도화시키면서 여성에게도 차별없이 승진의 문호를 개방하는 등 균형있는 열린 인사를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측은 “이번 인사를 통해 경영진에 대한 개편작업을 마무리함으로써 새로운 진용으로 새해초부터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전력을 기울일 수 있는 체제를 정비했다”며 “이를 통해 2003년 삼성의 경영방침으로 제시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주문정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