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비전 2003:통신·방송서비스]`캐시카우`를 잡아라, 으라차차…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라.’

 정보통신업계 경영자들의 올해 최대 과제는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그간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거침없이 성장해온 정보통신산업은 갈수록 포화되는 시장환경에 맞닥뜨려 저성장 시대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 서비스와 시스템업계는 물론 디지털콘텐츠업계는 기존의 수익원을 안정적으로 꾸려가는 한편 미래의 ‘캐쉬카우’를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유선과 무선 등 기간통신서비스 시장은 지난해 12.8% 성장에서 올해 9.1%로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관측됐다.

 다른 산업군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치이기는 하나 90년대 후반 이후 두자릿수 성장을 거듭해온 것과 비교해 통신서비스업계의 체감온도는 급격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통신서비스업체들이 한결같이 “이제 좋은 시절도 같다”라고 되뇌는 게 그다지 ‘엄살’로만 보이지 않는다.

 통신서비스 시장 성장이 이처럼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자 관련 시스템과 콘텐츠 등 후방 산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해외시장 비중이 높은 이동통신 단말기업계를 제외한 대부분 업체들은 올해 통신서비스업체들의 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보고 사업전략을 보수적으로 짜놓은 채 다가올 혹한에 대비했다. 이들 업체는 다만 통신서비스업체들의 새로운 투자처가 될 신규사업의 확대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이래저래 통신서비스 업체들의 행보는 올해 정보통신산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수익이 최우선=KT,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서비스업체들은 올해부터 시장이 저성장 궤도에 들어설 것으로 보고 수익위주의 경영에 집중할 방침이다. 우선적으로 나타난 모습은 가입자당 매출증대를 최우선적인 과제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통 3사는 올해 매출성장을 한자릿수로 잡았으나 가입자당 매출 증가율은 두자릿수를 목표로 했다. 무분별하게 가입자를 늘려봤자 비용만 늘어날 뿐 수익성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수익성을 중시하는 것은 이통업체들만이 아니다. KT, 하나로통신 등 유선통신업체들은 포화된 음성시장에 대해선 비용절감을 통해 손실폭을 최소화하는 한편 초고속인터넷 등 데이터 시장에선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개발해 소비자의 푼돈을 최대한 끌어모은다는 전략이다.

 한정된 사업영역에서 비용절감을 통해 손익구조를 개선한 마이너 유선통신사들은 올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

 ◇음성보다는 데이터와 멀티미디어=통신사업자들은 음성시대는 이미 저물었다고 보고 전사적인 역량을 데이터서비스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이통3사는 대표적인 데이터사업인 무선인터넷의 시장규모가 지난해 1조원을 돌파하고 내년까지 두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자 조직강화 등 데이터사업 활성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유·무선 포털 ‘네이트닷컴’에 집중해 브랜드를 강화할 방침이다.

 초고속인터넷을 앞세워 데이터 시장을 개척한 유선통신사업자들 역시 데이터사업의 고도화를 적극 추진중이다.

 통신사업자들은 나아가 동영상으로 대표되는 멀티미디어 시장을 올해부터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KT와 하나로는 용량이 큰 동영상 데이터를 더욱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최고속도 8Mbps의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을 20Mbps 이상의 VDSL로 재편하는 작업을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SK텔레콤과 KTF도 각각 ‘준’과 ‘핌’을 내세워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특히 KTF는 통합한 KT아이컴의 wcdma 서비스 상용화를 계기로 멀티미디어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어 경쟁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영역파괴에 능동적 대응=통신은 이제 독립적인 서비스라기보다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은 이동전화나 PDA폰이 통신단말기를 넘어 신용카드와 e커머스 단말기로 영역을 넓혀가자 관련 서비스와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이통3사는 금융권과 공동으로 관련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으며 특히 SK텔레콤은 아예 금융시장에 진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은 서비스 자체의 영역도 파괴됨에 따라 통합서비스의 고도화에 올해 역점을 둘 방침이다.

 KT의 경우 무선랜 서비스인 네스팟사업을 올해 대폭 확대하기로 하고 EV-DO나 wdma 등 무선과 결합한 통합상품도 준비중이다. SK텔레콤은 통신과 방송의 융합에 대응해 위성DAB를 접목한 통신방송 융합서비스 진출을 모색중이다.

 ◇멀티미디어 콘텐츠 시대=통신서비스업체들의 이러한 사업전략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유무선 콘텐츠와 솔루션업체들이다. 콘텐츠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덩달아 시장도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이 무선인터넷 시장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무선인터넷 시장은 2000년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 지난해에는 이동통신 3사의 무선인터넷 매출이 1조원을 돌파했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업체들의 수익과 직결되는 콘텐츠 정보이용료도 1500억원이 넘는 시장규모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이런 정보이용료 시장이 3000억원이 넘는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돼 무선인터넷은 명실공히 하나의 산업군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올해는 특히 동영상으로 대표되는 IMT2000 시대가 개막돼 산업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올해는 또 무선인터넷망 개방에 따라 포털 등 인터넷에서 활동하던 유선계 업체들이 무선인터넷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기게 됐다. 다음, NHN 등 대표 포털들은 이미 무선인터넷팀을 꾸리고 사업준비에 한창이다.

 인터넷포털과 무선인터넷업체들은 따라서 올해를 수익구조 개선의 좋은 기회라고 보고 종전과 차별화한 다양한 킬러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해외진출 원년’ 선언=통신서비스와 콘텐츠업체들은 올해 해외사업을 본궤도에 진입시킨다는 방침 아래 연초부터 수출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초고속인터넷과 무선인터넷 등의 해외 진출을 시도해 가능성을 확인한 통신사업자들은 올해 국내 콘텐츠, 솔루션 업체와 공동으로 해외진출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현지업체와 제휴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하반기 중국과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초고속인터넷 컨설팅을 수출한 KT는 올해 동남아 다른 국가는 물론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도 수요가 활발할 것으로 보고 글로벌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CDMA컨설팅 일변도의 해외사업을 무선인터넷 솔루션 판매 등으로 확대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방침이다.

  <신화수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