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식별번호 통합 및 번호이동성 순차도입이란 직격탄을 맞아 강한 하락세를 기록한 지난 17일, 외국인들은 개인과 기관투자와는 달리 오히려 강력한 순매수로 대응해 주목을 끌었다.
이날 외국인들은 SK텔레콤을 무려 240억원이나 순매수하며 순매수 1위 종목에 올려놓았다. 또 이날 외국인들이 거래소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규모가 총 412억원인 점을 감안한다면 총 순매수금액의 42%가 SK텔레콤에 쏠린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같은 외국인 매수세가 지난 연말연시 SK텔레콤이 잇따라 단행했던 주주가치 증대 노력에 대한 신뢰감 표시라고 분석하고 있다. 연초부터 HSBC, JP모건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다른 후발 통신주에 대해서는 잇따라 ‘비중 축소’를 권고하면서도 SK텔레콤에 대해서는 ‘비중확대’로 일관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결국, 번호이동성 도입 결정이 SK텔레콤에는 단기적 악재임이 분명하지만 주주중시 경영으로 무르익어가는 외국인들의 긍정적 투자판단을 뒤엎을 만한 요소가 아니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강해지고 있는 외국인들의 SK텔레콤 순매수 움직임에는 오는 22일 예정된 SK텔레콤의 4분기 실적발표를 앞둔 선취매의 성격도 포함돼 있다는 분석이다.
한 통신 애널리스트는 “SK텔레콤이 경쟁사에 비해 가장 긴 영업정지에도 불구하고, 가입자유치에서 1위 성적을 유지했으며 특히 무선인터넷분야에서 압도적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등 견조한 실적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음이 실적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며 “외국인들이 지금 상황을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외국인들은 지난 주말 주중반까지 지속적으로 사들였던 KT주식 42억원어치를 순매도해, 양대 통신주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 방향이 달라진 것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이런 움직임이 곧바로 이어질 양사의 실적발표 내용을 어느정도 선반영한 것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