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현지화의 의지

◆차인덕 도시바코리아 사장 idcha@toshiba.co.kr

 

 군사학에서 전략은 배틀필드(battle field), 전쟁터를 어디로 정할 것인지에서 출발한다. 바다에서 싸울 것인지, 육지 또는 공중에서 전면전을 할 것인지 등을 먼저 결정한다. 그 다음에 전쟁터에서 어떻게 적과 싸울 것인지 정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흔히 군사학에서의 전술이라고 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이런 전략과 전술이 있다. 해외 유명 브랜드가 한국에 진출하는 것도 치밀한 시장조사가 수반된 본사 전략하에 결정된다. 그러나 그 전략이 항상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세계 유수의 톱브랜드들도 한국 시장에서 여지없이 무너지거나 2류로 남아있는 예를 많이 보기 때문이다.

 외국 IT 및 가전업체에 한국은 참 이해하기 힘든 나라로 꼽힌다. 다른 선진국에도 아직 HDTV가 널리 보급되지 않고 SDTV가 일반적인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유독 한국의 대형TV 시장은 HD 아니면 팔리기 힘들다든가, 중소형 아파트가 많은 시장에서도 대형화면 TV가 절대적으로 많이 팔린다든가, 브로드밴드 통신 시스템, 모바일폰 등의 폭발적인 확산 등….

 우리가 보기에는 정서적·지형적 여러 사정상 어느 정도 이유가 있고 이해가 되지만 한국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에게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결국 전략적으로 전쟁터를 잘 정하더라도 그 전쟁터를 모르는 사람이 전술을 짜서 전쟁을 하려 들면 백전백패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해외 다국적 기업이 한국에 진출해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현지화의 의지라는 것이다.

 현지 시장을 잘 아는 경영진 및 직원에 대한 강한 신뢰감과 일단 한국에 진출했으면 한국 회사라는 생각을 가지고 최대한의 자율을 보장해주는 본사를 가진 다국적 기업만이 한국에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