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회계기준은 유통업계의 매출 순위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회사 외형이 축소되면서 업체간 자리바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브랜드 효과가 강한 유통업계의 특성상 실적에 따른 순위 변화는 시장과 마케팅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시각이다.
유통업계가 수익성 위주의 상품구성 등 영업형태 면에서 긍정적 변화를 예상하면서도 전전긍긍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순위 변화가 극심한 곳은 역시 백화점과 할인점이다.
백화점은 60∼70%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가운데 ‘유통 왕국’ 롯데의 아성이 무너지고 신세계가 유통업계 1위로 등극하는 ‘이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는 직매입을 위주로 하는 이마트의 비중이 커 매출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당초 12조원의 매출을 예상한 롯데는 새로운 회계기준을 적용하면 매출이 5조원 이하로 줄어든다. 롯데 전체 매출비중은 백화점과 할인점이 7 대 3으로, 롯데백화점의 위탁판매 비중이 70%선으로 크게 높은 데다 할인점 롯데마트의 직매입 비중도 60%선으로 여타 할인점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롯데는 2003년 매출 5조원으로 연매출 10조원 달성의 꿈을 상당 기간 이루기 힘들게 됐다.
반면 신세계는 6조원에 육박하는 매출로 롯데를 앞지를 전망이다. 새로운 회계기준을 적용해도 25%선 매출 감소에 불과한 데다 할인점 이마트의 매출비중이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할인점이 없는 현대백화점 역시 직격탄을 맞는다. 올해 매출 2조원을 예상하는 현대백화점은 직접 매입 비중이 12%대에 그친 결과, 새 회계기준으로 6000억원대 매출의 ‘마이너’ 유통업체로 전락한다. 백화점·할인점·슈퍼마켓 등 다양한 유통채널 포트폴리오를 가진 LG유통은 일약 유통업계 ‘빅3’에 오르게 된다.
TV홈쇼핑 업계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작게 잡아도 60%의 외형 축소는 불가피하지만 판매품목이나 영업방식이 유사해 업계간 순위 변동은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여기에 이미 수수료 기준으로 실적을 발표키로 ‘신사협정’까지 체결, 이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매 유통의 ‘황태자’ 인터넷 쇼핑몰도 순위 변화가 불가피하다. 회계기준 변경으로 쇼핑몰 업계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역시 옥션이다. 그동안 수수료만을 매출로 잡아온 옥션은 매출 감소폭이 20%선에 불과해 쇼핑몰 ‘빅플레이어’ 자리를 낙점해 논 상황이다. 반면 다음쇼핑이나 네이트몰 등 포털 쇼핑몰은 대부분 위탁판매여서 80% 이상 매출이 줄어 상대적으로 종합 쇼핑몰보다 위세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직매입 비중이 다소 높은 삼성몰·한솔CS클럽 등은 매출 감소폭이 작아 인터파크·롯데닷컴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편이다.
이렇듯 새로운 회계기준은 유통업계의 순위를 바꾸면서 새로운 유통강자를 만들어내 유통업계의 제조업체에 대한 섭외력·교섭력 등에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