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면
“게임접속이 계속 안된다구요? 서버관리자에게 즉각 문의해 조치를 취해드리겠습니다.”
“고객님께서 e메일로 문의하신 아이템 도난사건은 △△월 △△일 ID XXX의 해킹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ID XXX의 계정은 취소 조치됐고 고객님의 아이템은 원상 복귀됐습니다.”
온라인게임업체 고객서비스 운영팀은 언제나 1년 365일 24시간 풀가동이다. 전화상담을 받는 콜센터에서는 수화기를 하루종일 내려놓을 새가 없고,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하루에도 수천건씩 새 글이 쏟아진다.
e메일을 통한 문의도 하루 수백건에서 수천건을 넘기는 것도 예사다. 여기에다 게임 내에 직접 들어가 불량 유저들을 솎아내는 감시활동까지 펼치다보면 온라인게임 운영자의 하루는 짧기만하다.
온라인게임 ‘뮤’ 개발사 웹젠 운영기획팀의 이은희씨(24), ‘라그나로크’ 개발사 그라비티 운영팀의 정성우 주임(26), 한게임으로 유명한 NHN CS팀의 정우진 팀장(28) 등 세명의 온라인게임 운영자들이 털어놓는 ‘일과 게임’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게임사 운영팀에 들어온 지 막 석달을 넘긴 이은희씨는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고객들의 문의가 이렇게 많을 줄 생각도 못했다”며 이제야 좀 적응된다는 표정이다. 전화상담을 맡고 있는 이씨는 “온라인게임은 게임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서비스하는 가도 무엇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정성우 주임도 맞장구쳤다. 게임 내에서 운영자 캐릭터로 활동하고 있는 정 주임은 “매일 2교대로 게임 내 운영자 캐릭터로 활동하는 게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비매너 행동을 일삼는 불량 유저들을 감시하고 새로운 패치 후 유저들의 반응 등을 꼼꼼히 살피고 해결하다보면 더 나은 게임서비스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사람들과 많이 접촉하다보니 운영자들은 별별일도 다 겪는다. 운영자를 ‘영자야’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는 것은 흔히 있는 일. 욕설을 감수해야 할 때도 적지 않다. 아이템을 해킹한 사람이 가까운 친구로 밝혀진 경우, 비밀번호 분실사건을 해결하다 유명 연예인을 만난 경우 등 운영자 세명이 쏟아놓는 에피소드는 흐뭇한 일에서부터 황당한 일까지 끝이 없다.
정우진 팀장은 온라인 결제서비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50대 남성이 제주도에서 비행기 타고 상경, 직접 본사를 찾은 일화를 들려준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서울까지 왔겠어요?”
이들은 불만을 가진 고객을 눈여겨 보라고 입모아 말한다. 정성우 주임은 “오랫동안 운영을 담당하면서 ‘화내는 고객은 다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며 “불만을 가진 고객일수록 게임에 대한 애정과 충성도가 높은 경우가 많다”고 충고한다. 정우진 팀장도 고객 불만사례를 사내에 제대로 피드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다.
“운영팀의 첫째 역할은 고객의 불만을 해결하는 것이지만 더 좋은 게임을 개발할 수 있도록 고객들의 요구를 사내 각 전담팀에 제대로 피드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객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고객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찾고 해결하는 자세가 중요하죠.” 이은희씨의 말이다.
세 운영자들의 얘기를 듣노라면 온라인게임은 완성된 패키지 상품이 아니라 개발사와 유저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날마다 변화하는 서비스 상품이라는 것을 재삼 느낀다. 유저들을 가장 가까이서 보고 부딪히는 운영자의 역할은 24시간 오늘도 계속되는 이유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