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에서 계열사 SM(정보시스템) 업무를 맡고 있는 변종석 대리(32)에겐 또하나의 ‘직업’이 있다. 국내 자바개발자 커뮤니티 연합체인 JCO의 회장직이다. 당연히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업무외 시간에 활동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건 단번에 알 수 있다.
JCO는 지난해 대단한 일을 하나 일궈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아태본부 차원서 JCO에 제안, 국내 자바개발자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키로 한 것이다. 국내 자바개발자들의 활동과 노력을 선측에서도 인정한 것과 다름없는 이 제휴는 JCO 출범 이후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JCO는 지난 2000년 자바라인·자바랜드·자바카페·하이텔자바동·자바스터디 등 5개 커뮤니티의 연합체로 출범해 현재 13개 동호회, 7만여명의 회원이 참여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자바가 많은 개발언어 중 하나이고 또 개발자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가 무수히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JCO를 대단케 볼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CO가 주목받는 것은 ‘자유롭고 열린 정보공유를 통한 경험공동체 구축’이라는 출범정신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어느 커뮤니티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 회장은 “한 기업이 처음부터 기술을 개발해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나 기업이 공개적으로 참가해 사실상의 표준을 만들어 나가는 방식이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측면에서 선과 체결한 양해각서 또한 ‘지원의 의미가 아닌 공급자와 개발자가 맺은 동등한 자격의 협력관계’다.
사실 IT의 주체는 개발자·공급자·사용자 3인이다. 변 회장은 “개발자도 넓은 의미의 사용자이지만 공급자와 사용자 사이에서 개발자의 역할을 고려하면 단순한 사용자 이상”이라고 말한다.
대기업들이 내놓는 많은 IT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오기까지 수많은 벤처나 영세 소프트웨어 기업의 개발자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역할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변 회장은 JCO의 노력을 ‘목마른 사람이 우물파고 있는 모습’으로 비유한다. 개발자 대상의 각종 콘퍼런스가 개최되지만 결국 ‘제품 홍보’로 끝나고 마는 현실에서 개발자 스스로가 권리를 찾는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 회장의 꿈은 ‘한국IT개발자협의회’를 만드는 것이다. “개발자들의 진정한 현실과 목소리가 전달돼야 현실적인 IT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변 회장은 “실무자급에서 보이지 않게 움직이고 있는 개발자들의 힘이 향후 10년 후 국내 IT산업을 이끄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2년 임기인 JCO 회장직은 올해로 끝난다. 그러나 변 회장은 여전히 국내 수십만여명의 개발자 중 한 명으로 JCO에 참여할 것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