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상 CJ미디어 매체사업국장 hsyoon27@cj.net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는 지상파TV의 방송시간 연장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
PP사업이 아직까지 뿌리를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지상파TV의 방송시간을 연장할 경우 ‘지상파TV의 독과점이 더욱 심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며, 지금도 광고난으로 근근히 버티는 PP업계의 기존 광고재원까지 지상파TV로 빼앗기게 될 것이다’라는 심각한 우려 때문이다.
지상파TV 3사는 시청점유율 80% 이상, 국내 광고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며 국내 방송부문의 독과점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공룡사업자다.
즉 지상파TV는 전 국민이 TV만 켜면 볼 수 있으며 온가족이 동시에 시청하는 공익성 위주의 무료방송임에 비해 PP는 다양한 채널 중에서 시청자 개인이 원하는 채널을 선택적으로 돈을 내고 가입해야만 볼 수 있는 유료방송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상파TV 대비 PP의 시청자수와 절대적 광고효과는 당연히 열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현재까지도 국내 시청자들의 PP에 대한 유료화 인식은 매우 부족해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 PP는 유료방송의 주 수입원인 수신료 수입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PP사업은 영상문화산업을 이끌 개미군단이지만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다.
지난 95년 3월 PP 개국 이후 7년 동안 시청자들에게 유료방송이란 인식을 심어주기까지 PP가 치른 누적적자는 1조원이 넘는다.
이러한 시기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지상파 방송의 방송시간 연장’에 대해 대부분의 PP가 “기존PP의 광고재원과 시청 패턴까지 지상파TV에 빼앗기게 되며, 경쟁력이 약한 PP는 존폐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강력히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PP등록제 이후 190여개 채널이 등록된 상황에서 채널 송출 유무에 대해 PP간 무한경쟁을 하고 있다. 지난 몇년 동안 지상파TV사업자 전부는 PP사업에 전면적으로 뛰어들었다.
SBS는 스포츠·골프·드라마 3채널을 가장 먼저 운영하고 있으며, MBC는 스포츠·드라마·게임에 이어 영화채널까지 신설했다. 공영방송인 KBS도 스포츠와 드라마채널로 뒤늦게 참여하고 있다.
물론 지상파 PP의 위력은 PP업계 시청율 톱 10위권내에 5∼6개가 진입하는 등 조기에 검증된 상황이다.
기존 PP사업자 입장에서는 공룡사업자인 지상파TV가 PP사업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견도 많았지만 ‘지상파TV가 PP사업에 진출하면 시청자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게 되고 PP사업의 시장 파이가 커질 것’이라는 긍정적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상파TV 소유의 일부 PP채널을 일컬어 ‘지상파TV의 재방송채널’이라고 한다. 그 사유는 지상파TV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이 몇시간 뒤 또는 다음날에 그대로 재방송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상파TV가 방송시간 연장보다는 24시간 운영되는 지상파 소유의 PP채널에 투자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일부 인기있는 프로그램을 유료방송인 PP채널에 우선적으로 송출한 이후에 지상파TV로 송출하는 편성정책을 반영한다면 유료방송시장의 파이가 커질 것’이라는 대부분의 PP사업자들의 의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시청자를 위한 정책 차원에서 부득이하게 방송시간 연장이 필요하다면 공익적 성격이 높고 시청료를 내는 KBS1채널에 한해 우선적으로 방송시간을 연장하는 것에 대해 찬성이다.
단 방송시간 연장에 대한 프로그램을 공익적 성격에 국한한다는 조건이다.
그 외 지상파TV의 방송시간 연장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대한다. 매체간 균형발전 차원에서 PP사업이 안정적으로 뿌리 내릴 수 있는 일정 기간 동안 지상파TV 방송시간을 현행대로 유지하자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