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이버 범죄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우리의 인터넷주소자원 관리기반을 새롭게 구축키로 한 것은 가닥을 제대로 잡은 정책이라고 본다. 차세대 인터넷 식별번호 체계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넘(eNUM:e넘버링의 줄임말)과 IPv6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정보 사고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넷주소자원 관리기반 구축사업이 계획대로 마무리될 경우 우리의 인터넷 환경은 크게 개선된다. 그동안 무방비로 노출되던 유동IP와 공용IP를 이용한 사이버 범죄를 예방할 수 있고 인터넷 장애시 복구가 지연되는 현상 등도 사라지게 된다. 또 차세대 인터넷주소 운영기술 확보 및 새로운 사업모델 창출 등 인터넷의 효율성·안전성·사업성도 제고된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이넘과 IPv6 등 차세대 인터넷주소자원에 대한 응용서비스 테스트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IPv4와 IPv6에서 모두 구동되는 도메인시스템 구축이 NGN, 초고속 무선랜, 홈네트워킹 등 하루가 다르게 고도화되는 인터넷망 환경에 부합되는 등 차세대 인터넷 서비스 개발에도 기여하게 된다.
우리가 ‘2003년 인터넷주소자원 관리기반 구축사업 계획’을 예의 주시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올해부터 3년간 총 76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이 계획이 제대로 추진될 경우 인터넷 이용자에게 안정적인 인터넷 활용기반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인터넷 이용의 투명성 및 신뢰성이 크게 제고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주요 골자는 IP주소경로정보 자동설정시스템 개발, IP주소 사용자 등록 DB 조회 프로그램 구축, 이넘 시험시스템 구축, IPv6망 지원 도메인이름시스템 구축 등 크게 4가지다.
네트워크 연동으로 인해 변동되는 IP주소정보 및 인증·보안정보를 각 ISP 사업자 라우터에서 실시간 반영토록 하는 IP주소경로정보 자동설정시스템이 개발될 경우 그동안 주소경로정보 DB 부재로 발생됐던 지연 및 장애문제가 해결되고, 전국에 산재한 2만여개의 PC방과 인터넷카페 등 사이버 범죄에 주로 활용되는 IP주소를 집중 관리함으로써 유동IP가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IP주소 사용자 등록 DB 조회 프로그램이 구축되면 사이버 범죄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전화·팩스·e메일·메시지·인터넷전화·홈페이지 등 다양한 통신매체를 하나의 번호로 통합 이용토록 하는 인터넷 통합번호 식별체계 시스템과, 고갈이 우려되는 IPv4의 주소자원 부족문제 해결에 기여하게 될 IPv6망 지원 도메인이름시스템에 거는 기대도 크다. 이 시스템이 구축될 경우 모바일·홈네트워킹·양방향 멀티캐스트 등 차세대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통신사업자의 차세대 인터넷서비스 개발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제는 실천이다. 유동IP 및 공용IP를 이용한 각종 정보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등 안전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우리의 인터넷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조치지만 실천계획이 뒤따르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지금부터라도 보다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수립하고 인터넷 강국으로의 위상 제고와 직결되는 인터넷주소자원 관리기반 구축사업을 차질없이 마무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