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인터넷의 위력이 어느때보다 돋보였던 한 해였다. 대통령 선거 과정은 물론 지난 연말 광화문을 환하게 밝혔던 촛불시위에도 인터넷의 힘은 강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아직 인터넷이 모든 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매체로 자리잡지 않았다는 측면에서는 개선점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원장 손연기)이 발행하는 ‘아름다운 e세상(1월호)’에 실린 ‘릴레이칼럼-국민통합을 위한 정보격차해소 정책이 시급하다’를 소개한다.
다사다난했던 지난 2002년은 월드컵 4강 진출과 붉은 악마의 응원전, 노사모에서 시발된 선거혁명, 그리고 광화문의 여중생 추모 촛불시위 등 여러 굵직한 사건으로 장식된 한 해였다.
이중에서도 정치사회적으로 가장 영향을 준 사건을 꼽는다면 네티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당선이라 할 것이다.
노 후보 당선의 결정적 원인은 지역적 정서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20, 30대 젊은이들과 50대 이상 노장년층 사이에 명확하게 지지후보가 엇갈리는 초유의 세대간 전쟁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선거가 끝나고 새해를 맞이했지만 그 세대간 전쟁의 여파는 여전히 심각한 듯하다. 청년세대는 구시대 및 냉전 정치의 몰락을 통해 새로운 정치사회적 변화를 자축하고 있으나 50대 중반 이상의 연령층은 젊은 세대들의 무책임과 만용에 대한 격앙, ‘고려장’을 강요당하는 듯한 소외감, 그리고 비관적인 미래전망 속에서 거의 정신적 ‘패닉(공황)’ 상태에 빠져버린 듯하다.
2003년 새해, 국민화합을 위해서는 균형 있는 지역발전과 더불어 이런 세대간 갈등을 치유하는 정책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며 그 과정에서 정보통신정책이 핵심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 사회가 압축적으로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세대간 갈등이 증폭되는 면이 있으나 그러한 갈등이 세대전쟁으로까지 비화된 것은 소통 매체로써 인터넷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20, 30대 인터넷 이용률은 각각 86%, 74%로 미국의 65%에 비해 높은 반면 50대 이상의 인터넷 이용률은 9.5%로 미국의 37%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이런 극단적인 세대간 정보격차는 이번 대선에서 선거활동을 지원한 인터넷 커뮤니티와 실시간으로 새로운 뉴스를 전하고 종이신문의 논지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인터넷신문의 정보면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젊은 세대를 결집시키고 나이든 세대를 배제하는 매체로 작용했다.
이런 점은 지금까지 산업정책에 초점을 둔 정보통신정책을 넘어 보다 넓은 사회전체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말해준다.
이제 2003년 새해를 맞아 활기차고 미래지향적인 21세기 한국을 만들고 새로운 국민화합정치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같은 매체가 세대와 지역의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 소통하고 통합하는 촉매역할을 해야 함은 자명하다.
이같은 세대지역간 정보격차해소를 위해서 노장년 세대 등 정보소외계층이 적극적으로 정보통신매체에 접근해 활용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과 교육훈련은 물론 세대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정보소외계층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인터넷 문화정책도 필요하다. 현재 심하게 왜곡된 인터넷 언어나 다른 의견을 용인하지 못하는 대화습관·개인정보침해 등을 바로잡고 어느 세대나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생산적인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국민화합을 위한 정보통신정책을 통해서 젊은 세대들의 참신성·도덕성·미래지향성 못지 않게 나이든 세대들의 전문성·경륜·지혜도 함께 어우러진다면 21세기의 활기찬 사회발전 에너지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