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여성]박정희 메디포스트 팀장

 “지난해 여름 여동생의 제대혈로 백혈병을 이겨낸 이승호군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대혈 코디네이터 1호를 자부하는 메디포스트의 박정희 팀장(31). 그는 제대혈 보관 서비스에 대한 설명부터 계약이 된 이후 고객이 다니는 산부인과 담당의와 연결, 제대혈 보관 키트를 보내주고 분만시 24시간 안에 제대혈을 수거해 보관하는 과정을 총괄하는 제대혈 코디네이터다.

 삼성의료원에서 산부인과 조무사로 일하던 박 팀장은 지난 99년 백혈병에 걸린 조카를 잃은 뒤 제대혈에 관심을 갖게 됐다. 조카에게 아무 것도 해줄 것이 없었던 그는 초롱초롱한 눈빛의 안타까운 영혼을 살리기 위해 메디포스트에 입사했다.

 제대혈 보관을 의뢰하는 산모와 상담을 하고 그들을 위해 어디라도 달려가는 박 팀장은 온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지금은 일반인뿐만 아니라 연예인들에게도 제대혈이 알려져 문의가 크게 늘었지만 초창기에는 제대혈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제대혈 보관을 단순히 탯줄혈액 보관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여기에는 최첨단 의료기술들이 동원된다. 혈액에서 조혈모세포와 줄기세포만 뽑아내 15년 동안 그 기능을 잃지 않고 살아 있도록 특수처리하는 것이 바로 노하우다.

 최근 부쩍 많아진 보관 의뢰 문의에 눈코뜰 새 없이 바쁘지만 마음만은 더욱 푸근해진다는 박 팀장. 고객이 언제 분만할지 모르기 때문에 24시간 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박 팀장은 “지난해 동생의 제대혈로 백혈병을 이겨낸 승호를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며 그때의 감동을 잊지 못해 했다.

 승호는 우리나라와 일본, 동남아 일대의 골수은행을 모두 뒤져도 적합한 골수를 찾을 수 없어 절망상태에 놓여있었다. “승호를 위해 어른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동생을 낳아 탯줄 혈액인 제대혈의 조직접합성항원(HLA)이 승호와 일치하기만을 바라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승호는 여동생이 태어날 동안 병마와 싸웠고 동생의 제대혈에서 채취한 조혈모세포는 6개 항원이 모두 일치했다.

 꺼져가던 어린 생명을 살려낸 이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벅차오른다는 박 팀장.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기 때문에 힘들고 지칠 때도 많지만 한 가족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생각에 제대혈 코디네이터를 천직으로 생각합니다.”

 말을 마친 박정희 팀장은 고객들의 분만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바쁘게 자리를 떴다.

 <글=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