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후발업체는 선두를 따라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앞선 업체의 매출은 얼마인지, 전략은 어떻게 바뀌는지 눈길을 뗄 수 없다. 참여가 늦은 만큼 숨이 턱에 차오를 정도로 빨리 뛰어야 한다. 하지만 뒤에 있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앞서 달리는 회사가 바람막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윤용 이셀피아 사장(39)도 보이지 않게 후발업체의 덕을 보았다. 그동안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옥션의 ‘후광’을 톡톡히 받았다. 기업 운영과 관련한시행착오를 줄이고 온라인 경매모델을 알리기 위한 별도의 마케팅이 필요 없었다. 하지만 ‘만년 2위’라는 설움을 이겨내야 했다.
윤 사장은 올해부터 더이상 경매모델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과감히 비즈니스모델을 바꾸고 사업을 크게 확장할 계획이다.
“경매모델에 더이상 연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신제품에서 중고품까지 모든 상품을 매매하고 유통하는 쪽으로 사업을 크게 넓힐 계획입니다.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한국형’ 온라인 마켓플레이스가 최종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윤 사장은 지난 9일부터 이셀피아에서 ‘이세일(http://www.eSALE.co.kr)’로 브랜드를 바꿨다. 상설할인과 신상품·중고품 매매 등 틈새시장을 겨냥한 다양한 서비스도 개발할 계획이다.
“주력모델인 신중고(新中古)제품의 매매사업은 일본의 오프라인 매매사업을 벤치마킹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재고와 B급 상품을 누구나 다량으로 팔고 살 수 있도록 중개하는 모델입니다.”
회사 내부조직도 대폭 슬림화했다. 마케팅과 기획팀 인력 모두를 영업팀에 배속하고 전체 인원도 60명에서 40명으로 감축했다. 지난달에는 사무실도 서울 테헤란로에서 논현동 벤처빌딩으로 옮겼다. 벤처는 벤처다울 때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윤 사장의 새로운 회사 비전은 선발업체에 밀린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 그간 상거래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에 따른 ‘자연스런 결정’이다. 윤 사장은 사실 온라인 경매의 대부격인 이금룡 사장에는 못미치지만 오프라인 유통을 선진화하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99년 10월 셀피아를 설립한 후 옥션이 e베이에 합병되자 당시 후발업체인 이세일과 셀피아를 합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네트워크 경매모델을 처음 선보이면서 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하고 경매업계 처음으로 ‘인터넷 안전마크’를 획득해 쇼핑몰업계에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일본의 대표 인터넷 쇼핑몰은 라쿠텐이 공동사업은 물론 인수를 제의할 정도로 네트워크 경매모델의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이셀피아는 올해 수수료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성장한 8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회원도 현재 300만명에서 350만명까지 확대하는 등 공격경영에 나서 시장점유율을 지금의 15%대에서 30%대까지 올린다는 전략이다.
오프라인에 중고제품을 거래할 수 있는 대형 중고백화점을 설립하는 것이 꿈이라는 윤 사장은 “2003년은 신유통 1위 업체를 위한 이셀피아의 실질적인 설립 연도”라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