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 구매정책과 관련된 SK텔레콤의 잇따른 말바꾸기가 물의를 빚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1일 WCDMA장비구매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과정에서 선정업체를 번복, 혼선을 야기한 데 이어 23일에는 올해 대규모 투자계획과 관련해 주가가 3년 만에 하한가로 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24일 새벽 1시 올해 투자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내용을 공시를 통해 발표함으로써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SK텔레콤은 지난 22일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한 콘퍼런스콜를 통해 올해 WCDMA분야 투자확대 등으로 2조5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3일 이같은 투자계획 발표와 함께 대규모 실망매물의 출회로 주가가 폭락하자 사태수습을 위해 투자계획 축소 등을 고려하겠다는 내용을 공시, 중요한 장비구매정책과 관련해 불과 3일 만에 두번씩이나 스스로 한 말을 뒤집은 셈이 됐다.
더욱이 SK텔레콤의 말바꾸기는 국내 장비업체들은 물론 해외 메이저 장비업체들과도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통신시장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국가차원에서도 적지 않은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SK텔레콤의 WCDMA장비 구매입찰에 참여했던 해외 장비업체의 한 관계자는 “장비업체 선정결과를 발표하고 불과 몇시간 만에 이를 번복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조 단위의 돈이 들어가는 연간 투자계획을 주가하락을 이유로 불과 3일 만에 전면재조정하겠다는 SK텔레콤의 태도는 수준이하”라고 밝혔다.
또 “세계적인 통신사업자를 지향하는 SK텔레콤의 이같은 모습은 국내 통신업계의 해외시장 진출에도 마이너스가 될 뿐 아니라 SK텔레콤의 투자확대로 통신장비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했던 국내장비업체들에도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24일 새벽에 있었던 투자계획 전면 재검토에 대한 입장표명이 곧바로 투자축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장비업체들이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올해 투자계획 발표이후 기관투자가와 주주들의 반발이 당초 예상수준을 크게 넘어서 주주중시 경영차원에서 투자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