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명의 요람 이집트가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정보기술(IT)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새로 건립된 도서관에는 중요 유물·고서적·희귀 지도가 보관돼 있다. 한편으로는 지난 96년 이후 게재된 거의 모든 공공웹페이지 복사본을 저장한 200대의 HP PC가 당당하게 진열돼 있다. 이집트 정부의 하이테크 개발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이집트는 현재 미국과 유럽 등 우방국가로부터 기술 관련 프로젝트의 도움을 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오라클·시스코·IBM이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한 전문기술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이집트의 첨단기술 진흥계획은 창설 3년이 된 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하이테크 신생기업 지원을 위한 벤처캐피털 육성, 우수 기술인력 양성, 기업의 소프트웨어 수요 창출, 현대적인 통신 기반시설 구축 등의 현안을 한꺼번에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IT 기반시설 구축=정보통신부의 첫 추진정책은 10억달러를 들여 통신 네트워크를 개선하고 초고속인터넷 백본망을 설립하는 일이었다. 또 유선전화 회선을 50% 이상 늘려 전화 보급률을 인구 1000명당 146대로 늘렸다. 그리고 시내전화요금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 인터넷 확산을 추진했다. 이로 인해 이집트의 웹이용자는 2000년 약 60만명에서 지난해 100만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전체 인구의 2% 수준이다.
이집트인 대부분은 아직 인터넷이 낯설고 연간소득이 1500달러 정도라 PC를 구입할 형편이 못된다. 인터넷 카페와 정부 보조를 받는 정보기술클럽이 전국적으로 보편화되고 있으나 대부분의 이집트인은 웹을 검색하거나 온라인 구매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에 친숙해지는 것은 IT산업 진흥을 위한 작은 첫걸음이다.
카림 라마단 MS이집트 지사장은 “이집트 하이테크산업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 오아시스에 현대의 피라미드를=이집트 정부는 첨단기술단지인 스마트피라미드빌리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스마트피라미드빌리지는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사이에 자리잡은 ‘아랍판 실리콘밸리’며 120만㎡의 ‘기술 오아시스’다.
정부가 전기·가스·에어컨 등 기초서비스를 제공하고 시설관리를 맡고 있다. 기자피라미드를 바라보고 있는 스마트빌리지에는 공원과 호수가 건설되며 MS·오라클·에릭슨·알카텔 등 이곳에 입주하는 업체는 10년 동안 세금이 면제된다.
정부는 스마트빌리지가 외국 투자유치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이곳에서 경험을 쌓은 이집트인들이 장차 독자적으로 회사를 설립해 경제성장에 이바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집트는 조만간 ‘디지털 미래’에 합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지난해 건립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시의 새 도서관에서 한 직원이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1600년 전 소실된 전설적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재건한 이 도서관에는 세계의 주요 영화·웹페이지·천문학 자료 등을 담은 디지털기록보관소 ‘플라네타리움’이 있다.<알렉산드리아=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