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IT과제](14)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체제 강화

 “모회사(대기업)와 협력회사(중소기업)의 관계는 자전거의 앞뒤바퀴와 같다. 앞에서 아무리 앞으로 달려가려 해도 뒤에서 못따라 오면 헛일이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여건은 서로 다르지만 기술수준을 같이 해야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경쟁환경에서 공존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의 체력을 대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게 윤 부회장의 생각이다.

 “기술, 자금, 인력, 판매 등 중소기업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애로들을 적극 경청하고 ‘상생의 정신’으로 문제해결에 나설 때 대·중소기업 모두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김영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의 말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는 48개 대기업이 2만633개 중소기업과 하도급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2, 3차 하도급 협력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최소 10만여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이 조사에서는 우리나라의 대·중소기업간 관계가 대부분 단순 하청 계열관계인 전속적 수직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한결같이 대기업은 과거 양적 성장시대의 전속적 수직적 관계의 유지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도급거래 구조를 개방적 수평적 협력체제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대기업은 적정한 단가산정과 납품대금 결제관행을 개선하고 경영과 기술지도를 통해 자금과 판로지원, 공동기술개발 등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협력업체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줬으면 하는 게 이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김영수 회장은 “대기업은 협력업체에 장기육성방안을 제시하고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필요한 지원사항을 요청하는 등 개방된 협력체제를 구축해야만 양측은 진정한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함께하는시민행동의 이필상 대표는 “중소기업은 자금, 기술,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태이며 재벌개혁 추진을 통해 경제력을 분산하고 금융지원이나 세제혜택 등을 부여함으로써 중소기업이 사업적인 기회를 많이 나눠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 “중소기업을 대기업의 하청업체 수준으로 바라보는 수직적 구조에서 수평적이고 대등한 관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도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해서 동등하게 대우받고 대등한 입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부품업체인 파츠닉의 박주영 회장은 “새정부에서 추진하려는 재벌개혁 또는 대기업 정책이 자칫 중소기업에 피해를 가져다주는 우를 범할지도 모른다”며 신중한 정책전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를테면 비정규직의 정규직으로 전환문제나 주5일근무제 확산정책, 대기업 생산공장의 분사화 등은 추세이긴 하지만 중소업이 처해 있는 현실에 무리하게 적용시키기에는 문제가 따른다는 것이다.

 사실 삼성이나 LG 등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도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자전거이론’은 삼성 윤 부회장뿐 아니라 대부분의 대기업이 안고 있는 생각이자 과제다.

 삼성전자의 경우 협력업체와의 공생을 위해 자금, 기술, 인력, 판로부문에서 다각도로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박종서 상무는 “협력업체들이 겪고 있는 자금난을 다소나마 해결하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기술분에서도 수입설비 국산화를 위한 기술지원, 제품 초기 개발단계에서부터 협력업체를 참여시키는 ESI(Early Supplier Involvement) 등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물론 대기업이 알아서 지원해야 하는 것이지만 협력업체가 모기업에서만 받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산업자원부나 중기청 등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꾸준한 교육·홍보를 전개해 중소기업을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에서 “대기업·중소기업·벤처기업간 전략적 제휴를 확대시켜 공동발전시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여기에는 △민·관 공동의 기업간 전략적 제휴를 지원하는 방안 △대·중소·벤처기업간 다양한 협력모델을 구축하는 방안 △공동기술개발 촉진기금 조성을 위한 금융·세제지원 확대 △대기업 생산공장의 분사화와 중소기업간 생산협력 네트워크의 구축에 대한 금융·세제지원 △수탁중소기업의 대형화·전문화 지원을 통한 도급조직의 개방화 및 거래선 다변화 유도 △대기업 사업의 중소기업 이양촉진을 위한 세제지원 확대 △협동조합 지원강화를 통한 중소기업 조직화 제고 등이 포함돼 있다.

 각계 전문가들은 노 당선자가 내놓은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공동발전’은 일견 쉬워 보이지만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간에 얽혀 있는 미묘한 연결고리를 하나하나 풀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협력구도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대기업·중소기업뿐 아니라 정부차원의 노련한 ‘조정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도움말 주신분 : 김영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 박종서 삼성전자 상무, 박주영 파츠닉 회장, 황성박 대아리드선 사장, 이필상 함께하는시민행동 대표, 박현남 성호전자 회장, 김보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