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광 AT그룹 대표 law@cyberlaw.co.kr
벤처는 벤처캐피털과 기업가(Entrepreneur)로 구성되어 있다. 벤처캐피털은 기술과 자본과 사람을 통합해서 경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기업가를 발굴하고, 그런 기업가에게 투자하면 될 것이며, 기업가는 위 세가지 요소를 가지고 혁신(Innovation)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벤처생태계가 이루어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우선 벤처캐피털의 구조를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지금 능력있는 사람들이 벤처캐피털을 떠나고 있다. 그들에게 미래를 줄 수 있는 법적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 지난해 최고의 실적을 올린 창업투자회사가 주주 때문에 청산하면서, 고뇌하는 대표의 모습에서 주주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자본(Capital)’이 아니라 ‘사람(Capitalist)’에게 ‘신뢰(Trust)’를 줘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시행해야 한다.
그동안 늦춰졌던 유한회사와 펀드 중심의 벤처캐피털의 출범을 새정부 벤처정책의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그 펀드 중심의 벤처캐피털에 민간자본이 부족한 현실을 고려해 정부가 각종 기금의 투자조합에의 일정비율 참여를 법적으로 강제할 필요성도 있다. 물론 여기에는 투명성과 성과에 대한 감시와 보상이 철저해야 할 것이다.
기업가들은 경험이 중요하다. 현재 벤처의 위기는 경험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기술과 자본과 사람을 어떻게 조직화해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경험의 축적과 전수가 시급하다. 대기업의 중간간부 또는 이사급 정도의 경험있는 사람들과 벤처1세대 기업가들이 사회적 기업가 인큐베이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이러한 벤처생태계가 원활하고 자족적인 구조를 갖추려면 많은 인프라가 필요하다. 흔히 실리콘밸리에 갔을 때 많은 사람들이 느꼈던 것 중 하나가 아마 이런 것이었을 것이다. ‘모든 곳에 변호사(Lawyer)들이 끼어 들지.’
기업이 활동하고 벤처캐피털이 투자하는 모든 집행에는 변호사가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효율적이며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계획된 일을 실행하는 데 변호사들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법률인프라 육성이 절대적이다.
벤처캐피털이든, 기업가든 회수를 할 수 있는 시장이 존재해야 한다. 이 시장은 크게는 둘로 나누어져 있다. 하나는 IPO, 즉 코스닥등록 등 공개시장을 통한 투자의 회수다. 다른 하나는 인수합병(M&A) 시장이다. 이 두 시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구성하는가 하는 제도적 틀을 짜는 것이야말로 정부의 역할이다. 단순한 진입규제가 아니라 시장의 자율성을 살리면서 철저한 감시와 감독이 가능한 틀이 필요하다. 어쩌면 사전에 시장의 공정성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제도를 만드는 작업이 그것일 것이다. 또 현재의 코스닥등록과 M&A 관련제도의 수정과 동시에 실제 이를 실행하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값싼 브로커들로 가득찬 시장에서 어떤 창조와 혁신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일부 사람들은 지난 5년간 정부정책의 지표가 되었던 벤처인증제도에 대해 그 폐지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듯 보이고 정부가 그런 제도를 더 이상 지속하는 것은 시장의 자율성에 반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벤처산업이 활성화된데는 이 제도의 역할이 막중했으며, 이 역할이 앞으로 변화는 있을지언정 결코 없어서는 안될 것이다.
앞으로 몇년간 강화돼야 할 것은 벤처캐피털과 민간인프라(로펌 등)를 통한 민간 인증(Qualification)이다. 시장기능을 통해 성공할 벤처와 실패할 벤처를 분별하여 육성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벤처에 대한 모든 논의의 결론이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