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불경기의 투자 순위

◆윤문석 한국오라클 사장 ms.yoon@oracle.com

 

 글로벌시대를 맞아 국내 많은 기업들이 중국을 포함한 외국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한국 내 시장상황이 그리 좋지 않아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경제여건 속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급변하는 시대의 경쟁력 확보는 ‘도전’과 ‘투자’를 동반하는데, 경제가 불투명할 때는 도전과 투자가 모두 망설여지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도전과 투자를 소홀히 하면 기업의 미래를 보장하기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가치있는 도전과 효율적인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

 IT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는 매출을 창출하는 공격적인 영업활동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보다는 비용절감과 투자대비 ROI를 따지는 투자의 효율성, 즉 경영의 내실을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결안은 바로 e비즈니스로 전환, 바로 e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이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 그리고 정보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핵심은 무엇보다도 e비즈니스다. e비즈니스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바꾸어 놓았는가는 재차 강조할 필요도 없다. e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은 이미 경제활동에 있어 선택이 아닌 경쟁에서의 생존요건으로 떠올랐다.

 가령 농사를 지을 때 트랙터가 급속히 보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고집을 부려 쟁기로 농사를 지으면 처음 몇 년은 버틸지 모르지만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원리는 자동차회사든 구멍가게든 마찬가지다. 모두 e비즈니스화되어 가는데 혼자만 고집을 피우면 결국 자멸을 초래하게 된다.

 기업의 e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은 다양한 방면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이미 ERP를 구축한 기업이라면 ERP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ERP 위에서 더욱 시스템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가동시키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너도 나도 구축하는 ERP를 우리도 했으니 이제 안심이라는 것은 안일한 생각이다. 오히려 ERP에 근간을 두어 더욱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ERP 활성화 및 교육 등에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일례로 기업의 기본업무를 잘 수행함과 동시에 적은 인원을 잘 관리하여 기존의 많은 인원이 처리하던 같은 분량의 업무를 할 수 있게 해주는 e비즈니스에 기반한 전략적 인사관리시스템(HRMS)의 도입이 좋은 대안이 된다. 또 협력업체를 잘 관리하여 원자재의 절약을 꾀할 수 있는 i프로큐어먼트, 혹은 완제품의 유통과 물류를 통제하는 공급망관리(SCM) 등 기업의 내실을 기할 수 있는 솔루션에 투자함이 미래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비용절감이라는 과제해결을 위해 IT에 대한 투자를 무리하게 줄이는 기업을 종종 보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너무 근시안적이고 급변하는 IT환경에서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판단이 될 수 있다. 오히려 IT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한 비용절감이 진정한 해답이기 때문이다.

 물론 IT 투자에 대한 결과를 예측하고 ROI를 측정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아직까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의 ROI 측정 툴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더 어려운 점은 IT 프로젝트의 경우 대개 계획보다 시간과 예산을 초과해서 진행되게 마련이어서 IT에 대한 투자에 회의적인 반응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IT 투자에 대한 경영진의 승인을 얻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안위를 위해 내일의 투자를 중단해서는 안된다. 미래를 위한 투자의 우선순위를 따져서 꼭 필요한 투자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