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홈쇼핑의 공격 행보 주목

 현대홈쇼핑(대표 강태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비교적 조용한 업계 분위기에서 유독 현대만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사업성에 의구심을 내비치는 다른 홈쇼핑과 달리 쇼핑부문 데이터방송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가 하면 중국 홈쇼핑시장 진출도 ‘초읽기’에 돌입했다.

 ◇현대의 부산한 움직임=하원만 현대백화점 사장은 취임 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포화 상태에 이른 할인점 대신 온라인 유통을 포함한 ‘t커머스’ 분야에 집중투자할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밝혔다. 오프라인 유통을 이끌고 있는 수장이 다른 홈쇼핑업체에서 사업성 자체에 의구심을 내비치는 신규 사업인 t커머스를 강조한 것은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어 현대는 중국 광둥성을 대상으로 TV홈쇼핑 사업을 벌이는 훙야홈쇼핑의 지분 50%를 인수하고 중국 홈쇼핑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현대홈쇼핑은 임원 가운데 한 명을 대표로 선임하고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중국에서 홈쇼핑사업을 벌이게 된다. 하지만 훙야홈쇼핑은 현대에 앞서 이미 LG홈쇼핑과 CJ홈쇼핑에도 투자제의를 했지만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계약이 성사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홈쇼핑 등 선발업체도 중국사업을 몇 년 전부터 준비했지만 중국시장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배경은 무엇인가=현대의 최근 움직임을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위험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신규사업에 진출하는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t커머스와 중국 홈쇼핑시장 모두 단기간에 쉽게 성과를 내기가 녹록지 않은 사업이다. 더구나 현대는 이제 막 홈쇼핑 서비스를 시작한 후발업체로 국내사업을 뒤쫓아가기도 바쁜 처지다.

 현대는 한마디로 상당히 다급하다. 2001년 11월 TV홈쇼핑 첫 전파를 쏘아 올리고 지난해 25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공격경영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LG홈쇼핑과 CJ홈쇼핑의 ‘아성’ 역시 예상외로 두꺼웠다. 어느 정도 어려움은 예상했지만 선발업체의 프리미엄은 하루아침에 따라잡을 수 없었다.

 ◇전망=현대는 결국 이길 수 있는 사업을 쫓아 분주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t커머스와 중국 홈쇼핑사업은 공교롭게도 홈쇼핑업체 모두 출발점이 같다. 출발이 같다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홍의찬 본부장은 “LG홈쇼핑과 CJ홈쇼핑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이들 업체가 손대지 못하는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사업 자체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상당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현대의 잇따른 신규사업 진출이 ‘무리수’로 끝날지, 아니면 ‘대박’을 터뜨릴지 주목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