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환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사무총장
요즘 해외 출장갈 때 제일 신경쓰이는 것이 현지에서의 인터넷 사용환경이다. 국내에서는 어딜 가나 별 어려움이 없으나 외국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딴판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제3세대 이동통신 콘퍼런스에 참가하기 위해 일본을 다녀왔다. 장소가 도쿄 디즈니랜드에 있는 힐튼도쿄베이호텔로서 특급 호텔이었다. 출발하기 전에 시간이 별로 없어 현지 인터넷 사용환경을 사전점검도 못하고 떠났다. 특급 호텔이니 인터넷 사용환경이 어느 정도 돼 있거나 이동통신 콘퍼런스이니 최소한 회의장에서 무선인터넷은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노트북 컴퓨터를 챙겨 그냥 떠난 것이다.
그런데 현지에 도착해보니 완전히 딴판이었다. 회의장엔 무선인터넷은 고사하고 유선인터넷도 이용할 환경이 전혀 구비돼 있지 않았다. 비즈니스 센터도 그렇고 호텔 방에서도 겨우 56Kbps 모뎀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전자결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가져간 노트북 컴퓨터를 반드시 연결해야 했다. 한동안 쓰지 않았던 모뎀 통신용 그리그 다이얼을 이용해 여러 번 접속을 시도해서 겨우 우리 사무실의 서버와 접속은 했으나 결재문서 한 건 처리하는 데 무려 10분이나 걸렸다. 그나마 두 번째 문서는 처리과정에서 연결이 끊겨 완결짓지 못한 채 포기하고 말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힘들게 노트북 컴퓨터를 가지고 오지 않았을텐데 하고 후회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더욱 한심한 것은 문서의 대결처리를 세팅해두지 않아 사무실의 업무가 전부 중지됐으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초현대식 호텔 건물 내에서 갑자기 외딴 섬에 홀로 내버려진 느낌까지 들었다.
궁즉통이랄까. 이런 저런 궁리 끝에 행사장 전시업체에 어려움을 얘기해 그 업체가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 포트에 연결, 간신히 업무를 처리하긴 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답게 국내의 인터넷 사용환경이 외국에 비해 너무 잘 돼 있다. 이런 좋은 환경에 젖어 있다 보면 얼마나 좋은지 지나치기 쉽고 외국도 당연히 그렇겠거니 생각하다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좀 귀찮더라도 국외 출장 떠날 때는 현지의 인터넷 사용환경을 면밀히 사전점검해 낭패를 당하지 않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