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간호서비스사업 겉돈다

 원격진료의 시발점인 가정간호서비스사업이 병원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또는 고령사회의 대응책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책 미흡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가정간호서비스사업은 병원에서 입원치료 등을 받아오던 고혈압·당뇨·암·뇌졸증 등 만성질환자 및 고령환자 중에서 의사가 재택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 가정에서도 의료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26일 병원 및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2년 전부터 가정간호서비스사업을 적극 권장해오고 있으나 지난달 말까지 이를 도입한 의료기관은 불과 89곳에 그치고 있으며 여기에 활동중인 전문간호사의 수도 220여명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숙련된 간호사가 개인휴대단말기(PDA)를 소지, 가정에서 특수처치, 건강상담, 투약 및 주사 등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후 환자정보를 병원클라이언트 서버로 전송함으로써 업무능률을 높이는 ‘원격가정간호지원시스템’ 투자엔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의료기관들이 가정간호서비스사업과 시스템 투자, 간호인력 확보 등에 인색한 것은 건강보험 수가가 워낙 낮게 책정돼 수익성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간호협회 가정간호사회의 한 관계자는 “환자가 서울 또는 인천에 머물러도 1회 방문시 환자부담 비용은 2만5000원으로 책정돼 있다”며 “간호사가 하루에 방문할 수 있는 환자수와 차량유지비·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턱없이 낮은 금액”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가정간호서비스사업에 대한 보험급여를 일정비율 인상, 정부가 사업 본래의 취지를 되살려야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와 병원계를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입원시와 동일한 진료비의 20%만 본인부담을 하는 현재 보험급여구조는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이점이 있지만 역으로 가정간호서비스사업이 자리매김하는 데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험급여를 인상하게 되면 원격가정간호지원시스템 등 가정간호사업에 대한 병원의 투자심리가 회복돼 한층 선진화된 의료서비스를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서울위생병원·가톨릭병원 등 일부 병원이 인건비 절감 등 사업의 효율성을 제고할 목적으로 PDA를 이용한 시스템 구축을 서두르고 있는데 이같은 분위기가 상당수 병원으로 확산되면 고령사회에 맞는 진료 인프라가 손쉽게 구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박정호 교수는 “가정간호서비스사업이 활성화되면 병상 회전율이 빨라져 장기적으로 병원 수익성이 개선되지만 현실적인 여건을 보면 투자여력이 태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PDA솔루션업체 피지아이테크놀로지의 김형수 사장은 “보험수가가 너무 낮아 수익모델이 약하다는 게 가정간호서비스사업의 문제점”이라면서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의료계 현실을 고려하면 가정간호서비스사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