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국내 거래용 카드는 반드시 IC카드만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CPU와 암호프로세서가 내장된 IC카드는 복제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는 여전히 마그네틱 카드가 주종인 만큼 다만 해외거래는 마그네틱카드를 혼용하고 있다. 프랑스 외에 영국·일본·대만·호주 등 선진국 은행들은 향후 5년간에 걸쳐 금융자동화기기(CD/ATM)에 IC카드 단말기를 부착키로 했다. 오래 전부터 지능형 카드범죄에 시달려온 이들 은행이 기술적인 대안으로 IC카드를 채택하고 있는 추세인 것이다.
지난주 잇따라 보도된 대량 카드 위변조 범죄에 깜짝 놀란 국내 금융기관과 감독당국도 IC카드 도입에 적극 나서겠다고 잇따라 밝히고 있다. 국민은행은 현재의 종이통장과 마그네틱카드를 대체하는 IC카드형 전자통장을 당장 상반기부터 보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 마저도 요원해 보이는 실정. IC카드를 도입하겠다는 금융기관들의 의지가 시늉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불거지는 걸림돌은 IC카드를 가맹점이나 CD/ATM 등에서 받아들일 만한 단말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금융기관이 IC카드를 발급하더라도 실제 쓸만한 곳이 없다면 무용지물인 것이다. 국민은행조차 단말기 보급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비자인터내셔널이 IC카드 인프라 확산을 위해 마련한 보급형 단말기의 경우 200달러 안팎. 스마트카드연구소 김운 사장은 “수백만개에 달하는 가맹점과 CD/ATM 인프라를 교체하는 데는 조 단위의 엄청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전 금융권과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공동의 재원확보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기다 현재 마그네틱카드로 구성된 금융권의 시스템도 전면적인 재구축이 병행돼야 한다. 이에 따라 IC카드를 보급하더라도 한장의 카드에 자기띠를 혼용하게 됨으로써 결국 IC칩은 ‘휴면’ 서비스에 그칠 공산이 크다. 사용자들과 가맹점에 대한 교육도 당장 필요한 대목이다.
IC카드형 신용·직불카드(EMV) 서비스의 경우 카드 승인거래시 사용자들이 직접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PIN패드’ 부착이 의무사항. 그러나 EMV 단말기를 운영중인 일부 가맹점들조차 생소하다는 이유로 PIN패드를 제거하는 사례가 태반이다. IC카드의 뛰어난 보안성이 사용자들의 무지탓에 묻혀 버리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비밀번호암호화(PVV)·신용인증(CVV) 등의 기술을 통해 마그네틱카드의 보안성을 강화하되 향후 5년, 10년을 내다보고 IC카드 전환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비자코리아 정도영 이사는 “생체인식이나 휴대폰 인증 등 당장 보완할 수 있는 기술은 시급히 도입하되 궁극적인 솔루션은 IC카드 외에는 없다”면서 “제반 인프라 구축과 카드 보급을 위한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이 도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한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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