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반 열정 반으로 불모지였던 국내 POS산업에 뛰어든 30살의 젊은이는 이제 마흔 중반을 훌쩍 뛰어넘어 업계에서는 큰아버지로 불린다. 연륜만큼이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아직도 그의 눈빛에서 쏟아지는 열정은 젊은이를 연상케 한다.
후지쯔와 IBM 등 외국산이 장악하고 있는 국내 POS시장에서 고군분투하며 국산 기술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는 벨크리텍. 벨크리텍을 이끌고 있는 야전사령관이 바로 서방원 이사(45)다.
그가 POS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15년 전. 프로그램 개발업체에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그는 인터컨티넨탈호텔 면세점 프로그램 프로젝트에 참여하다가 POS를 보게 됐다. 그때 처음 POS를 접한 그는 POS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는 모든 것을 접어두고 즉시 POS사업을 새로이 시작하는 삼보컴퓨터로의 입사를 결정한다. 삼보에 들어가자마자 POS개발부서의 창단멤버에 합류한 그는 크고 작은 슈퍼마켓이 오픈을 앞두게 되면 데이터를 조사해주고 시스템을 설치해주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1주일에 3∼4일은 길에 세워둔 차에서 잠을 잤다.
“프로스펙스 매장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전국을 세번 정도 돌았습니다. 당연히 전국의 길바닥이 침대가 됐죠.”
이같은 열정으로 삼보컴퓨터 POS사업부는 승승장구를 할 수 있었다. 물론 어려움도 없지 않았다.
“마산 씨티랜드백화점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백화점 납품은 제품을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죠. 93년 1월부터 6월까지 여관방에서 하루에 4시간 자고 일했는데 오픈하기 바로 전날 회사가 부도가 나 일이 무산됐을 때는 정말 눈물이 나더군요.”
지난 12년 동안 POS는 기능면에서 많은 변화를 거쳐왔다. 금전등록기 기능에 머물던 것이 PC POS로까지 진화하는 변화를 주도해 온 사람이 바로 서 이사였다.
이제 그는 벨크리텍이란 업체에서 다시금 POS산업을 평정하려 한다. 벨크리텍은 2001년 9월 삼보컴퓨터에서 분사한 POS시스템 하드웨어 제작 전문업체로 삼보 시절부터 10년 이상 한솥밥을 먹은 14명의 직원이 움직이고 있다.
외산 일색의 POS시장에서 성능과 가격경쟁력으로 시장을 넓혀온 벨크리텍은 이제 국내 전체 판매수량에서도 랭킹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아직도 그가 넘어야 할 장애물이 있다. 규모가 큰 매장일수록 이상하리만큼 외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선입견이다. 특히 해외시장에서도 벨크리텍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터에 국내에서 오히려 외산에 밀리는 현실을 그는 납득할 수가 없다.
불평도 잠깐. 그는 국내 POS시장의 성장성과 그 시장에서 우뚝 설 벨크리텍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에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 프랜차이즈와 영수증이 보편화되는 상황을 본다면 POS시장의 성장은 필연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올 하반기에 출시될 신제품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개된 POS의 디자인 컨셉트를 완전히 바꾸고 모바일커머스 기능까지 장착한 차세대 제품으로 승부수를 던진다는 계획이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