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성장 제일주의가 빚어낸 결과물"-안철수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인터넷 인프라 구축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이와 관련된 보안대책은 상대적으로 소홀했습니다. 이 약점을 교묘히 파고든 바이러스가 국가적 재난을 불러온 것입니다. 경제성장 제일주의가 성수대교 붕괴를 불러온 것처럼 이번 사건도 인터넷성장 제일주의가 빚어낸 것입니다.”

 26일 정통부에서 열린 대책회의를 마치고 나온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사장은 전국적 인터넷 마비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을 예고된 재난이라고 평가했다. 국가적으로 인터넷 인프라라는 외형적 성장에 주력한 반면 보안이라는 내실을 무시한 결과라는 말이다.

 인터넷 사용자 세계 1위와 초고속 인터넷 1000만 가입자 시대라는 구호 뒤에 보안 불감증이 자리잡은 것이다. 보안 불감증은 가장 기본적인 보안 패치파일의 설치마저 외면하게 만들었다.

 “각 업체가 무료로 제공하는 보안 패치파일만 충실하게 설치했어도 이러한 대란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시스템을 점검하고 보안 패치파일을 설치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향후 대책에 대해서 안 사장은 정부는 민간이나 관련기관 등 전문가 조직의 조율 역할을 담당하고 대국민 계도활동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사장은 “효과적인 방어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가 모든 것을 하는 게 아니라 조율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사건이 터졌다고 해서 새로운 대책기구를 만드는 것은 옥상옥이 될 가능성이 있다. 대책은 민간에서 내놓고 정부는 이를 신속하게 유통시키면서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계도활동을 펼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또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만이 운전을 할 수 있듯 인터넷 시스템을 운영하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에는 일정한 수준 이상의 보안대책 마련을 제도화해야 한다”며 “특히 민간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번 사건으로 알 수 있듯 현재는 바이러스나 해킹에 의한 피해자가 동시에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안 사장은 “‘나 하나는 괜찮겠지’의 안이한 생각이 예상치 못한 대형 사고를 초래한다”며 “앞으로도 계속될 이러한 재난에 대해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국가 차원의 보안대책을 마련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