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강국을 자랑하던 대한민국에서 일개 바이러스에 이렇게 무참히 당할 수 있느냐.”
“인터넷을 이용해 처리하던 쇼핑, 은행거래, 각종 정보습득 등이 모두 ‘정지’돼 세상에서 단절된 것 같다.”
이번 인터넷 불통 사태로 인한 네티즌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네티즌들은 “그동안 인터넷 강국이라고 국내외에 떠들던 우리의 허약한 실체가 그대로 드러난 것 같아 부끄럽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또 인터넷망 구축에만 열을 올리고 보안 부분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정부정책에 대해 꼬집는 네티즌도 있었다.
네이버에서 qudtjs85 ID를 사용하는 한 네티즌은 “지난 99년 10만 해커 양병설이 나돌다 두달만에 사라졌다. 그때 충분히 대비를 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면서 울분을 터뜨렸다.
인터넷 사업을 하고 있는 장모씨는 “여느날과 다름없이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보고 있는데 갑자기 속도가 느려지고 접속도 안돼 특정 사이트를 누군가 해킹한 줄만 알았지, 이처럼 전국적인 인터넷 대란이 발생한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자신문에 ‘karizm’이라는 아이디로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사견임을 전제로, 우리나라의 피해가 막대한 이유에 대해 “KT망을 중심으로 국가 백본망이 구축돼 있고 타 ISP 사업자들이 KT망에 연결, 서비스를 제공받는 형태여서 KT망에 퍼진 웜의 트래픽으로 타 회사 망까지 정상적인 서비스를 할 수 없어 문제가 된 것 같다. 이러한 일원화된 구조가 전면적인 인터넷 마비라는 사태를 불러 일으킨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네티즌은 이어 “앞으로 이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중앙 백본망에 대한 침해 위협이나 위험을 24시간 감시하고 대응하는 기관에 그만큼의 권한을 부여하고 보안 전문가 양성에 보다 신경을 쓰는 등의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영화나 공연 등을 인터넷으로 예매하려던 네티즌들도 사이트 접속이 되지 않자 전화를 걸어 이의 원인 및 대책 등에 대해 강하게 어필했다. 한 영화 예매 사이트 관계자는 “일부 예매 기능이 마비된 것이 아니라 사이트에 접속조차 할 수 없다니 이해할 수 없다”는 소비자들의 항의로 진땀을 뺐다고 말했다.
온라인 게임 사이트 이용자들도 큰 불편을 겪었다. 25일 저녁부터 부분적으로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됐으나 서비스 제공이 매끄럽지 않아 게임접속이 안되거나 신규가입 및 이용요금 결제처리가 안되는 일마저 발생, 게시판을 통해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