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추진할 과학기술정책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최근 과학기술정책과 체계, 과학특구에 관한 의견수렴을 위해 산·학·연 토론회 및 전문가 회의 등을 잇따라 갖고 여기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과제들을 정리하고 있다.
이 밑그림은 기존 과학기술시스템의 큰 틀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기초분야의 투자를 늘리고, 인문사회 및 과학기술계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연구회 시스템을 2개로 통합하는 등 과학기술시스템을 부분적으로 수술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연구회 체제=그동안 ‘옥상옥’이라는 비판을 받던 연구회 체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메스가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연구회를 해체하고 예전처럼 관련 부처로 출연연구소를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실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연구회 체제로 인해 출연연구소가 관련 부처의 입김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경영 및 연구환경을 조성하는 데 일조한 긍정적인 효과를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새 정부는 현체제를 유지하되 예산편성권과 집행권을 대폭 이양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력직인수위에서도 연구회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어 현재 기획예산처가 갖고 있는 정부출연연의 예산배분권을 연구회에 이양, 산하 모든 연구기관의 예산을 취합하고 배분하는 ‘묶음예산(총액 기준)’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과학특구 지정=대덕연구단지를 종합연구개발특구로 지정하고 그외 1개 지역을 시범지역특화연구개발특구로 조성한 뒤 성과물을 봐가며 단계별로 최대 6개 지역까지 추진한다는 방침이 유력하다.
대덕연구단지를 6대 국가전략기술 분야와 신기술간 융합분야 연구를 종합 담당하는 총괄특구로 개발하고 이곳에서 광주의 광기술, 천안·아산의 IT, 오송·오창의 BT, 진주·사천의 우주항공 등 지역특화연구개발특구를 지원하는 분산형의 특구시스템을 검토하고 있다.
또 특구에는 외국기업 및 연구기관이나 고급과학기술인력 유치 등 다양한 지원이 현장에서 원스톱으로 이뤄지도록 하고 입주기관의 조세·부담금, 국공유 재산의 대부·매각, 임대료 감면, 융자 등이 획기적으로 이뤄지도록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개발 및 평가시스템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새 정부에서는 연구원을 ‘앵벌이’로 내몰고 있는 연구성과중심관리제도(PBS)의 인건비 폭을 대폭 상향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전면폐지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나 이보다 대형과제만 PBS 대상에 포함시키고 소형과제를 제외하거나 현행 40% 선인 인건비 비율을 70% 이상으로 조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또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부처간 정책 조정력이 미흡하다는 평가에 따라 국과위의 부처간 연구개발 종합조정기능을 강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함께 과학기술인 사기진작 및 사회적인 위상 제고, 여성과학자 육성 및 지원 강화, 연구사업관리제도 개선 등도 이번 밑그림 속에 들어 있다.
과기부의 한 관계자는 “과학특구처럼 시스템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획기적인 변화를 주기보다 기존 틀을 일정부분 보완하거나 고쳐 현실화하는 작업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권상희 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