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을 맞아 한달을 바쁘게 보낸 이에게 명절은 모처럼의 짬이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담소를 나누는 것도 별미지만, 공연을 보며 여유에 젖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마침 설 연휴를 맞아 끈끈한 가족의 정을 확인하고,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일깨우는 공연들이 많다. 가족, 연인과 함께 볼 만한 공연 5개를 소개한다.
◇뮤지컬 ‘캣츠’
설 연휴 이틀 전인 29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81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첫선을 보인 ‘캣츠’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도 최장기 공연을 기록하며 4대 뮤지컬의 하나가 됐다.
‘캣츠’는 먼저 환상적인 무대 메커니즘이 압권이다.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 집채만한 크기의 깡통과 쓰레기로 뒤덮인 무대가 환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고양이의 눈으로 바라본 생활소품의 크기가 그 크기만하다는 것이다. 공연이 시작되면 진짜 고양이 뺨칠 정도로 그럴듯한 분장과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무대와 객석을 누비며 관객을 흥분시킨다. 여기에 춤과 노래, 연기 등 뮤지컬의 세 요소를 골고루 보여주는 배우들의 빼어난 몸놀림은 시종일관 관객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어린이 영어 뮤지컬 ‘타잔’
겨울방학을 맞아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관람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와 친숙해지고 뮤지컬의 재미도 맛볼 수 있는 색다른 공연물이다.
미국에서 활동중인 전문 외국인 배우가 출연, 정확한 영어대사와 수준높은 연기력을 선보인다. 또 음악과 안무가 첨가되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쉽게 내용을 이해하고 공연 내내 흥미를 가질 수 있다.
1년 이상 연습기간과 실전 공연을 통해 작품의 질을 끌어올렸고, 최첨단 조명과 음향시설이 돋보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건국대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1월 29일부터 열린다. 가격은 2만5000원, 3만5000원.
◇가족 뮤지컬 ‘왕자와 거지’
온가족이 함께 보는 명작 뮤지컬.
지금으로부터 450여년 전 영국. 헨리 8세의 아들 에드워드 왕자가 축복속에 태어난다. 바로 같은 날, 런던 뒷골목에서 톰이라는 소년이 거지로 태어난다.
같은 날 서로 다른 운명으로 태어난 왕자와 거지의 이야기를 다룬 ‘왕자와 거지’가 아름답고 재미있게 그려진다.
기간은 28일부터 2월 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가격은 1만5000원, 2만원.
◇악극 ‘봄날은 간다’
93년 ‘번지없는 주막’을 시작으로 ‘홍도야 울지마라’ ‘굳세어라 금순아’ ‘울고 넘는 박달재’ ‘눈물 젖은 두만강’ ‘단장의 미아리 고개’ 등으로 전국에 ‘악극 열풍’을 일으킨 극단 가교가 야심차게 선보이는 악극이다.
뜻하지 않게 한 여자의 생을 짓밟게 된 주인공인 떠돌이 이발사 ‘동탁’과 첫날밤 이후 남편과 헤어진 여주인공 ‘명자’의 기구한 인생유전을 담았다. 이런 인생역정을 통해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최주봉·윤문식·박인환·김진태·양재성 등 이 시대 최고의 출연진과 이들이 펼치는 노련한 연기는 관객을 아련한 추억속으로 초대할 것이다.
장소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가격은 3만5000원부터 5만원까지.
◇뮤지컬 ‘(속)불효자는 웁니다’
98년 IMF 한파에 중·장년층 공연문화의 새로운 장르로 첫선을 보였던 MBC 신파극 제1탄 ‘불효자는 웁니다’가 다시 무대에 올려진다.
아들의 출세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어머니,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험난한 삶을 살아가는 한 여인을 통해 부모님의 한없는 사랑과 한 남자를 사랑하는 지순한 사랑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애리·김형일·박상면·나현희·배일집 등 MBC 신파극 전문배우들이 연기대결을 펼친다.
28일부터 리틀엔젤스 예술회관에서 공연된다. 가격은 2만5000원부터 5만5000원까지.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