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윤상태 한국텍트로닉스 사장

 “올해는 텍트로닉스가 국내에 들어온 지 10년째로 토착화의 원년이 될 겁니다. 국내에서 첨단계측기를 직접 생산키로 한 것은 텍트로닉스가 수입판매업체가 아니라 한국시장에 뿌리를 내리는 토종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계측기전문업체 한국텍트로닉스의 윤상태 사장(46)은 올해 IT경기 전망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자신감을 보였다. 대부분 계측기업체가 최악의 상황을 맞았던 지난해에도 유일하게 영업 흑자를 기록한 자신감 때문일까. 윤 사장은 올해 미국 텍트로닉스 본사의 계측기 생산라인 일부를 국내에 유치해 한국을 세계 계측기업계의 주요 생산기지로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을 진행 중이다. 현재 한국의 모 계측기업체와 진행 중인 OEM 협상이 끝나는 대로 본격적인 국내 양산체제에 들어갈 방침이다.

 “현재 텍트로닉스의 해외 생산기지는 일본과 독일, 중국, 네덜란드, 이탈리아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높은 전자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 첨단계측기를 생산하는 것은 충분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윤 사장은 현재 유명 계측기업체들이 중국으로 이전하는 계측장비 생산라인은 보급형 계측기가 대부분이지만 한국에서 생산할 제품은 중급 이상의 수준급 계측장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격적인 경영전략은 불경기 속에도 경쟁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부한 현금 유동성에서 나온다. 주력제품인 오실로스코프와 로직애널라이저, 방송용 계측기 외에 새로운 제품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텍트로닉스는 올해 유망한 계측기업체 한두 개를 새로 인수할 예정이다.

 “올해 계측기시장은 전년대비 약 13%대의 착실한 성장이 예상됩니다. 삼성·LG전자 등 대기업이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최고의 경영실적을 거둬 신규투자 여력은 충분한 셈이지요. 디지털 방송시대에 따른 방송용 계측기 수요도 증가할테니 예상치를 웃돌지도 모릅니다.”

 윤 사장은 한국이 앞으로 세계 계측기시장의 전략적 요충지로 성장할 것이며 텍트로닉스는 이에 따라 국내 토종 계측기업체간의 상호 윈윈전략을 모색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새 정권이 들어서는 교체기일수록 대기업들이 솔선수범해서 설비투자에 나서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동에서 전쟁이 난다 해도 국내 IT산업에는 별 영향이 없어요. 북한핵 문제도 외국언론이 과대포장한 느낌입니다. 지금은 한국 전자업계가 좀더 긍정적인 시각으로 설비투자에 나설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글=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