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올바른 명함관리, 네트워크형성의 출발점
‘누구더라?’ 명함 정리를 할 때면 얼마 전에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명함을 종종 발견한다. 심지어 어떤 자리에서 만났는지 생김새가 어떠했는지조차 떠오르지 않으면 그냥 명함철 뒷부분에 무심히 꽂아두고는 잊어버린다.
명함은 비즈니스에 있어 또 하나의 얼굴이다. 인사를 건네며 습관적으로 명함을 주고 받는 것에 익숙해진 우리는 명함교환이 갖는 진정한 의미를 잊고 사는 것 같다. 첫 만남에서 인사와 동시에 명함을 내미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서구사회에서는 명함을 주고 받는 행위는 곧 자신의 휴먼네트워크 일원으로 당신을 맞이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단순한 인사가 아닌 ‘나는 당신과 비즈니스 관계’를 맺길 원한다는 뜻을 내포한다. 그래서 명함교환은 의미와 책임이 따르는 진지한 행위로 여겨진다. 누군가를 업무적으로 소개하거나 추천서를 보낼 때 명함을 첨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맥을 형성하는 일은 세심한 명함관리에서 비롯된다. 십여 개의 계열사를 가진 자수성가한 생산업체의 한 회장님은 일흔이 가까운 요즘도 명함만큼은 손수 챙긴다. 하루 일과를 마친 저녁시간에 마치 일기를 쓰는 마음으로 그날 받은 명함들을 정리하는데, 단지 회사명과 연락처, 직위 등의 기본사항 외에도 그 사람의 외모적 특징, 소개해 준 사람, 만난 장소, 건넨 이야기 등을 함께 메모해 둔다. 50여년의 사업인생을 통해 명함을 정리하는 시간만큼은 그 어떤 투자보다 현명하고 효율적인 것이었다고 말한다.
훌륭한 휴먼네트워크를 원한다면 명함부터 제대로 다루고 관리하는 습관을 익히자. 명함 내밀기에 연연하기보다는 자신을 분명히 기억할 수 있도록 인상적으로 소개하는 방법을 우선 연구할 필요가 있다. 상대가 기억하지 못하는 명함의 남발은 인간관계를 해치는 공해일 뿐이다. 명함은 주기보다는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 먼저 자신을 밝힌 뒤에, 명함을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오히려 적극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 명함은 적어도 2∼3일에 한번씩은 정리하되 그 명함의 인물에 대한 정보와 메모, 혹은 관계진행 상황을 함께 기록해두는 것이 효율적이다. 내가 만난 사람들에 대한 정보정리가 네트워크의 바탕이 된다. 전화 통화, e메일 메시지, 정규적인 우편물 혹은 커피나 식사를 통한 만남으로 관계를 유지하라.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곧 보이지 않는 자산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