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 인터넷 산업전망
발표 : 이금룡 이니시스 사장
인터넷 관련 비즈니스를 해오면서 초기에 생각했던 신념이나 원리가 달라지는 경우를 종종 봤으며 인터넷 시장과 기업이 변화하고 진보하는 것도 지켜봐 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기업들은 그 변화와 진보의 결과, 대부분 시장창출형 기업과 시장납품형 기업의 두가지 모습으로 고착화된다는 사실이다. 두가지 형태 중 어느 기업에 속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위상과 미래에 큰 변화가 수반되는 것을 경험했다.
언제나 인터넷 시장에서의 승자는 시장창출형 기업이다. 네오위즈가 그렇고 옥션이나 다음의 경우도 시장을 창출해 성공한 경우다. 이들 기업은 회원을 모으는 과정이 힘들고 또 그 과정에서 수익모델이 뭐냐는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시장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면서 인터넷 선두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그동안 자유경쟁을 거친 인터넷 시장은 과점의 형태를 통해 순익 1000억원의 기업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시장납품형 기업들은 결국 시장이 줄어들고 경쟁이 늘어나며 시장을 창출하지 못한 결과, 크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분명한 것은 변화와 창조, 모험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정상에 서는 반면 일정한 틀이나 기술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는 기업은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수익모델을 만들어내고 회원을 확보하느냐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아직도 인터넷은 회원이 중요하고 양질의 회원을 관리하고 만들어내는 기업이 성공한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네오위즈의 비즈니스 모델은 돋보인다. 원클릭으로 출발해 아바타에서 세이클럽과 세이게임 등으로 세련된 진화를 거듭해왔다. 기존에 갖고 있는 고객을 근간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이끌어내면서 시장을 창출한 것이다.
그러나 시장납품형 기업들은 대개 채널이나 인맥에 의해 매출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런 기업들은 경쟁이 치열하다면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제 그런 식의 영업을 하는 기업들의 시장가치는 떨어지고 있다. 고객들의 경험에 의해 인정을 받지 못하는 기업들은 영업적인 측면에서 힘들 것이다. 인터넷 비즈니스를 시장창출형 기업과 납품형 기업이 있다는 두가지 전제하에 개별적인 이슈를 살펴보기로 하자.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모바일이 어떤 성장세를 보여줄까가 관심이다. 콘텐츠로 볼 것이냐, 솔루션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 분야 역시 몇개의 리드업체를 제외하고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모바일을 이용한 금융은 엄청난 벽에 부딪히고 있다. 기존 금융기관들이 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기능은 일절 허용하지 않을 것 같고 모바일로 모든 기능을 통합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어려워질 것이다. 모바일 커머스 역시 쉽지는 않을 것이다. 복권 정도는 괜찮은데 좀더 복잡한 비즈니스는 인터넷 쇼핑몰이나 다른 대체경로를 통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굳이 모바일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국제화도 큰 이슈 중 하나다.
인터넷 게임업체인 한게임이 현재 일본에 40명 정도의 직원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50년 동안 일본에 40명의 직원을 두고 기업을 운영한 것과 좋은 비교가 된다. 전통적인 경제하에서 모든 기업은 수확체감의 법칙을 따른다. 그러나 시장창출형 기업은 초기투자비는 많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엄청난 수익을 거둔다. 하드웨어는 누구나 가격을 얼마나 팔 것이냐만 결정하면 가능했지만 소프트웨어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한게임 사이트가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폭발적인 성장세를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시장의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이런 소프트웨어들이 싹을 틔우고 있다. 이렇게 발전한 기술을 어떻게 표준화할 것인가 또 어떻게 우수하게 발전시켜야 할지는 정부나 협회 및 단체의 책임이다.
게임산업도 모처럼만에 맞은 호기를 놓쳐서는 안된다.
과거 80년대에 우리산업은 신발과 섬유가 이끌었다. 부산과 대구는 우리 산업의 대동맥이 모여있는 장소였다. 요즘도 신발과 섬유 분야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이 팔리고 있는데 왜 우리의 부산과 대구는 실패했나를 대입해 봐야 한다. 단순한 생산에 그쳤지, 부가가치 창출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최강인 온라인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은 서버운영 기술과 스토리, 캐릭터 등 여러 기술이 혼합돼 수준과 가치가 결정된다. 앞으로 인터넷이나 IT산업의 종주국이 되려면 클러스터 형태로 각 요소기술을 업계간 결합해 계속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내놓고 유행을 창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단품, 단종의 기술은 중국에 다 내줘야 한다. 게임이 게임 그 자체, 게임업체 개별적이라면 신발이나 섬유와 마찬가지다. 나름대로의 유행을 창조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그 것이 곧 부가가치라고 생각한다. 끊임없는 사고의 교류와 기업간 연대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거두며 다른 나라가 따라오지 못하게 하는 요소로 발전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