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슨시스템즈는 표면실장(SMD)기·자삽기 등 훌륭한 생산설비를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현재 이곳에서 휴대폰을 생산하고 있는 직원들은 이미 청주 본사공장에서 오랜기간 연수를 받았기 때문에 품질과 생산성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지난 2000년에 이곳으로 부임한 조인호 대표(48)는 본사의 정상화 덕분에 맥슨시스템즈의 경영정상화는 시간문제라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동안 현지 금융사들과의 자금거래가 끊어지고 바이어들이 잇따라 이탈하는 바람에 피나는 구조조정 작업을 했지만 이젠 신용장(LC)개설 등 금융거래도 재개돼 모든 여건이 좋아졌다”며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다. 조 대표는 쌍용자동차에서 오랫동안 일하다 맥슨이 부도가 난 후에 이곳으로 자리를 옮겨 어려운 살림을 꾸려왔다. 당시 맥슨 기조실장으로 있던 회사선배 김현 현 사장의 부탁 때문이었다.
“맥슨은 무리한 해외사업 확장으로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맥슨시스템즈는 한때 필리핀에서 가장 잘 나가는 기업이었습니다. 한때 지원이 3000명이 넘었고 매출도 1억5000만달러에 육박했지요. 본사가 무리한 해외사업 확장으로 자금사정이 악화된 데다 IMF가 겹치면서 부도가 나자 모든 것이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맥슨시스템즈는 주요 거래선들이 이탈하고 자금동원도 어려워지면서 현재에는 그많던 직원 수가 570명으로 줄었다. 매출도 10분의 1 수준인 1200달러에 불과하다.
조 대표는 그러나 얻은 것도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우선 현지인들의 자세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회사사정이 어려워지자 한달 임금이 120달러 정도에 불과한 필리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10%의 임금을 반납해주었습니다.” 그는 이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맥슨시스템즈를 좋은 회사로 다시 키워내야 한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노동의 질이 양호한 반면 임금 수준이 낮고 노동의 유연성도 좋습니다. 임금은 시간당 최저인 4.5달러 이상만 지급하면 문제가 안됩니다. 일한 시간만큼만 임금을 지급합니다. 또한 요건만 충족시키면 해고에도 전혀 어려움이 없습니다. 반면 노동의 질은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조 대표는 “사회 인프라가 열악한 게 흠이지만 필리핀은 여전히 생산기지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며 “본사의 지원으로 휴대폰 생산에 나설 수 있게 된 만큼 하루빨리 이곳 증시에 상장시켜 본사에 도움이 되는 현지법인으로 키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