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개봉돼 전국적으로 400만명의 관객을 끌어 모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이 영화에서 주인공 톰 크루즈는 센서가 달린 장갑과 휴대형 무선통신 기기가 부착된 의복을 착용하고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카메라에 감지된 디지털 화면의 가상 현실을 통해 미래의 범인을 색출해 나간다.
이처럼 초소형 컴퓨터 칩을 내장한 첨단 의류들은 결코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웨어러블 컴퓨터, 스마트 섬유, 스마트 패션 등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 웨어(Smart Wear) 관련 연구들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삼성, 코오롱 등 기업연구소들이 스마트 웨어를 개발중이며 몇몇 대학의 전문 교수들도 관련 연구를 진행중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서울 역삼동 섬유센터빌딩에서는 국내 처음으로 스마트 섬유와 의복개발에 관한 워크숍도 개최됐다. ‘10년 후엔 무엇을 입고 살까?/똑똑한 섬유와 디지털 의류’를 주제로 한 이날 행사에는 스마트 의류에 대한 기술수요 조사 결과와 함께 선진국의 연구개발 동향, 국내 섬유·의류업체의 개발 동향 등이 발표됐다. 패션 트랜드 측면에서 스마트 웨어가 지닌 차별성과 시장성 그리고 제품 상용화 시점 등에 관한 각종 질문도 쏟아졌다.
유비쿼터스 시대의 스마트 웨어는 섬유(직물)나 의복 자체가 외부 자극을 감지하고 스스로 반응하는 ‘소재의 기능성(hi-functional materials properties)’과 의복 및 직물 자체가 갖지 못한 ‘기계적 기능(Digitalized properties)’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의류를 총칭한다. 특수 기능의 섬유로 만들어진 옷속에 초소형 컴퓨터 칩이 내장된 스마트 웨어는 각종 디지털 기기와 의류를 하나로 만든다.
스마트 웨어를 입고 있으면 굳이 컴퓨터 앞이 아니라도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해 원하는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도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는 유비쿼터스 시대에는 우리가 매일 입고 다니는 의류나 액세서리와 같은 스마트 웨어가 네트워크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미국이나 유럽이 군사용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스마트 웨어는 현재 스포츠 웨어, 식탁보와 소파 커버 등 인테리어용 직물, 유아용 보호복, 소방복, 환자복, 작업복, 우주복 등 다양한 용도로 상품화되고 있다.
미국 센사텍스(Sensatex)사의 스마트 셔츠가 가장 대표적인 상품이다. 당초 군용으로 개발된 이 셔츠는 플라스틱 광섬유(plastic obtical fiber)가 일정 간격으로 직물에 섞여 광신호를 주고받으며 만약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때 총상 등의 부상을 감지하도록 돼있다. 의복 속에 부착된 특수센서는 군인의 심장박동, 호흡, 혈압, 체온, 칼로리 소모량 등을 직접 측정한다. 현재 이 기술은 민간 업체로 이전돼 의료용, 스포츠용, 유아용 등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 웨어로 출시되고 있다.
이처럼 고기능성 섬유 소재의 의복에 디지털 센서나 GPS, 초소형 통신기기와 소형 MP3플레이어 등을 내장하거나 무선으로 날씨 등을 알려주는 손목시계와 같은 액세서리가 스마트 웨어의 일반적인 형태다. 옷에 부착된 버튼을 눌러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위치확인 센서나 디지털 카메라로 놀이터에 있는 어린이를 모니터링할 수도 있다. 심장박동이나 혈압, 신체의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하면 의사의 진단 없이도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다. 물론 원격으로 적절한 진단이나 조치도 가능하다.
실제로 어깨 끈에 얇은 스피커와 볼륨조절 장치를 붙인 가방(일본 FPS사)이나 MP3플레이어와 리모컨이 소매에 부착돼 스노보드를 즐기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노보드용 전자재킷(미국 버톤스노보드사)은 이미 상품화된 지 오래다. MP3플레이어와 이어폰을 내장한 영국 인피니온(Infineon)사의 스마트 의류는 물세탁은 기본이고 드라이크리닝도 가능하다.
필립스와 리바이스사도 PAN(Personal Area Network), 음성인식 이동전화, MP3플레이어가 내장된 의류을 공동으로 개발, 출시했다. 이 제품은 간단한 동작으로 전화를 걸거나 음악청취가 가능하며, 음량은 소매단추로 조종한다. 무선통신장치를 통해 e메일을 송수신할 수 있으며 모든장비는 PAN으로 연결돼 리모컨으로 조정이 가능하다.
스마트 웨어는 21세기에 들어 IT, NT, BT, ET 등의 기술 혁신과 전산업 분야에서의 ‘기술융합’(Technology fusion)이 가져온 대표적인 산물이다. 비타민 캡슐이 부착된 셔츠와 땀이나 노폐물, 먼지 등을 박테리아를 이용해 자연적으로 세탁하는 옷, 환경을 생각한 생분해성 섬유 등 스마트 웨어 관련 분야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처럼 스마트 웨어는 미래 유비쿼터스 시대의 통신 주체이자 섬유·패션 산업지도를 한순간에 바꿀 기폭제로 다가오고 있다.
팀장 :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성호철특파원(일본) hcsung@etnews.co.kr
<스마트 웨어>
스마트 웨어(Smart Wear)는 IT, NT, BT, ET 등 신기술을 결합해 전통적 섬유나 의복의 개념을 벗어난 새로운 개념의 미래형 의류를 말한다. 고기능성 섬유 소재의 의복에 디지털 센서나 GPS, 초소형 통신기기와 소형 MP3플레이어 등을 내장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소형기기들은 지금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지만 스마트 웨어와는 분명히 구분된다. 스마트 웨어에 부착된 기기들은 초소형으로 옷 속에 내장돼 따로 챙기지 않아도 되고 별도 이어폰 등도 필요 없으며, 특히 의류 자체가 필요한 기능을 알아서 수행한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가령, 스마트 웨어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다 원하는 브랜드나 상품을 보게 될 경우 의류 속에 내장된 단말기들이 해당 상품에 대한 정보를 서로 주고받아 제공하고 필요하면 곧바로 구매할 수도 있다.
따라서 스마트 웨어의 개발을 위해서는 섬유나 의복에 내장이 가능한 반도체 칩이나 센서 그리고 디지털 기기들의 초소형화 초경량화가 필수적이다. 또 이러한 기기들이 인체와 직접 접촉하는 데 따른 안전성(전자파 방출량, 정전기 발생) 연구나 기술 개발도 필요하다. 아울러 각종 디지털 기기를 작동하기 위한 소형 배터리와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무선통신 인프라도 확보해야 한다.
인간의 몸에 유비쿼터스 기술을 직접 이식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연결, 통화, 교류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매체가 의류다. 따라서 스마트 웨어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구현하는 출발점이다. 컴퓨터를 옷이나 안경처럼 쉽게 착용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들고 다니기 거추장스러운 컴퓨터를 신체의 일부로 만드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인터뷰> 지영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섬유신공정팀 선임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신섬유기술본부는 정부출연연구소들 가운데 유일하게 섬유 분야의 공정 프로세스나 의류생산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곳이다. 특히 지영아 선임연구원이 소속된 섬유신공정팀은 섬유나 의류 공정에서의 전문가 시스템 응용과 함께 스마트 웨어 등 특수의복의 개발 및 성능 테스트 등을 맡고 있다.
―국내 스마트 웨어 상품 개발은 어떤 단계인가.
▲국내에서는 학계나 연구소 등이 이제 막 관심을 갖고 연구개발을 시작하는 단계로 간간이 초기 시제품 개발이 이뤄지는 수준이다. 예를 들어 이미 시장에 나와있는 PDA나 이동전화 그리고 외국에서 개발된 헤드디스플레이 등을 기존의 의복에 단순히 부착해 보는 수준이다. 디지털 기기나 반도체칩 등을 의복이나 섬유에 내장하기 위한 실질적인 연구는 아직까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몇몇 중소기업들이 의복에 발열판을 내장해 추운곳에서 열이 발생되도록 한 의복이나 냉각장치 등을 부착한 특수의복 등을 선보이고 있지만 우리가 얘기하는 궁극적인 스마트 의복의 개념과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국내 스마트 웨어 관련 기술 개발이 크게 뒤처져 있는 이유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이미 수년전부터 대대적인 스마트 웨어 관련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해 이미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실제로 미 국방부나 NASA 등은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컴퓨터기술과 특수의복기술을 결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아직도 초기 연구·개발 단계로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특히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로 대별되는 스마트 의복이나 스마트 섬유(Smart Clothing & Smart Textile) 기술은 섬유 산업과 다양한 첨단 기술의 결합이 필수적인데 국내 섬유 분야는 반도체 등 다른 산업과의 교류가 전혀 없다.
―미래 스마트 웨어 시장 및 기술 전망은.
▲영국의 인피니온사는 반도체 칩을 생산하다가 이를 패션상품에 결합해 스마트 웨어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처럼 국내도 의류·패션 산업뿐 아니라 반도체, 통신, 의료, 방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을 갖고 스마트 웨어 연구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 차원에서도 향후 세계시장 선점을 위해 스마트 웨어 분야의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스마트 의복이나 스마트섬유 시장이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는 그 누구도 정확히 예측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스마트 웨어가 우리의 생활패턴을 한순간에 바꾸는 획기적인 제품과 시장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점만큼은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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