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선진국들의 전자제품 내 유해물질 규제 및 제품의 환경성 정보공개 요구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전자업계에서 전자 부품 및 소재의 유해물질을 공동으로 파악하고 관리하자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자업계는 각 사가 보유하고 있는 부품 및 소재의 재질과 성분 데이터를 표준화해 웹에서 관리함으로써 세트업체와 부품업체가 공동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자업계는 이미 정부 부처와 협의해 이 사업을 산·관·학 공동프로젝트로 추진한다는 계획 아래 관련 부처 및 단체와 의견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 배경=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우리나라의 대EU 수출총액 196억달러 중 70%에 이르는 124억달러가 환경규제 적용대상으로 ‘유해물질사용금지지침(RoHS)’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2006년에는 VCR 1개 품목만 1조원대의 추가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추정된다.
특히 최근 들어 선진국 바이어들이 제품의 환경성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빈도가 늘고 있고 이 같은 추세가 계속 돼 장기적으로는 환경규제에 대한 대응없이는 전자제품의 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고 있다.
◇국내 실정=국내 전자업계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제품의 전과정평가(LCA)를 고려한 친환경설계(DfE) 기법을 적용, 환경친화적 상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초보적인 단계다. 특히 부품·소재업체로부터의 유해화학물질의 함유량 조사 및 환경영향 평가분석의 정확성 문제 등 개별기업 차원의 유해물질관리 정보망 구축에 한계가 있다.
◇표준화 및 DB사업 추진 체계=선진국들은 생산자 단체를 중심으로 환경관련 데이터의 포맷 표준화 및 DB구축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한국전자산업진흥회와 삼성전자·LG전자·대우일렉트로닉스·삼성전기·삼성SDI·삼영전자·삼보컴퓨터 등 업계 단체 및 기업 관계자들이 최근 ‘전자 부품·소재의 유해물질 표준화 및 DB구축사업(가칭)’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진흥회는 조만간 정부와 관련기관의 참여를 촉구해 업계 중심의 TFT를 결성하는 한편 사업 참여 기업의 범위도 전기·전자업계 전체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전자업계가 마련한 추진계획에는 이를 국책과제화함으로써 정부의 관리 아래 산·학·연 공동의 사업으로 전개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추진 목표=단기적으로 유해물질 관리 가이드라인 개발과 데이터 포맷의 표준화(분류체계·범위 설정), 기초데이터 수집표준화, 국제표준화 참여 등을 추진한다. 이를 토대로 DB를 구축하고 제조자·공급자간 상호연계를 전제로 한 웹시스템을 개발해 전자업계 전체가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기대효과=유해물질 관리 정보망이 구축되면 국내 전자업체들은 보다 효과적으로 환경친화적인 상품의 개발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자제품에 점차 유해물질 사용이 줄어들어 환경상품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고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전자제품의 이미지 상승과 비용절감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과제=전자업계를 중심으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부품·소재의 유해물질 표준화 및 DB 구축에 업체가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총괄하는 국책과제로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사업성격상 업계뿐 아니라 정부의 역할도 크게 강조되고 대기업·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산업계 모두가 활용하는 산업인프라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미 산자부 등 관련 부처가 긍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으나 원활히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그리고 국책과제로 선정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선진 각 국의 환경관련 규제 및 각 국의 대응 움직임이 빨라지는 만큼 우리나라도 환경관련 산업정책의 기초가 될 ‘부품·소재의 유해물질 표준화 및 DB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