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가전서도 윈도-리눅스 주도권 다툼

 윈도 기반 임베디드형 운용체계(OS)를 탑재한 디지털TV가 처음으로 개발돼 IT업계의 대명사 마이크로소프트(MS)의 가전시장 침공이 현실화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가전기기용 OS를 주도해온 리눅스 진영과 MS 진영과의 시장선점을 위한 치열한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톰슨, LG전자가 MS 윈도CE를 채택한 제품을 개발했거나 준비중이며 삼성전자는 리눅스 기반 시제품 개발을 마쳤다. 또 소니와 마쓰시타전기가 가전용 리눅스 개발을 위한 동맹을 맺으며 리눅스 진영의 세력 확대에 나서는 등 IT 분야에서 끊임없이 불거져 나온 MS 윈도와 리눅스 진영간의 주도권 다툼이 고급 디지털가전시장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윈도CE나 가전용 리눅스를 채택하면 PC와의 연결을 통해 MPEG 동영상 등 데이터 호환이 용이해 홈네트워킹을 실현할 수 있으며 인터넷에 접속, 풍부한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다.

 세계적인 AV 전문업체 톰슨은 MS와의 협력을 통해 윈도CE를 탑재한 HDTV를 개발, ‘RCA’ 또는 ‘RCA 시니엄(Scenium)’ 브랜드로 2004년 출시할 예정이다. 에릭뮤리스 톰슨 TV부문 부사장은 “톰슨과 MS는 스마트하고 커넥티드된 차세대 가정용 디바이스를 개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앞으로 윈도CE를 채택한 제품 개발을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톰슨의 윈도CE 기반 HDTV는 52인치, 65인치 제품으로 광대역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며 다양한 인터넷 콘텐츠를 브라우징할 수 있다. 또 윈도 기반 MS워드나 엑셀 등 PC 기반 MS 애플리케이션과의 데이터 호환도 가능하다.

 LG전자는 MS와의 협력을 계속 추진하는 한편 톰슨이 개발한 윈도CE 기반 HDTV를 들여오기 위한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윈도CE 기반 디지털TV와 관련해 톰슨과 접촉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도 “LG전자 디지털TV에 MS OS 채택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윈도와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제품개발을 동시에 진행하되 리눅스쪽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8일부터 열린 라스베이거스 국제가전쇼(ICES2003)에서 선보인 홈서버 제품으로는 PC 기반의 홈미디어센터, 셋톱박스 기반인 홈AV센터, 무선 홈AV센터 등 3가지다. 이들 제품은 TV 수신기능과 HDD를 이용한 데이터 및 인터넷 접속 등의 기능을 제공하며 가정내 기기를 연결하는 홈네트워킹의 집합체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홈미디어센터는 윈도XP임베디드를 OS로 채택했고 유무선 홈AV센터는 각각 리눅스를 적용했다. 삼성은 홈미디어센터를 지난해 12월 출시한 데 이어 홈AV센터(미국향)는 2분기 중 선보일 예정이며 2004년까지 홈서버 제품 풀라인업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소니나 마쓰시타전기 등 일본 가전업체들도 홈네트워킹 기능 지원을 위한 공동의 플랫폼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