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의 기술격차는 3.08년.’
최근 전경련이 내놓은 한·중·일 기술경쟁력 비교조사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우리에게 한 10년 정도는 뒤처진 아득한 기술후진국으로만 여겨졌던 중국이 어느새 기술력으로도 우리를 따라잡을 수준에 접근해 이대로 4년만 간다면 우리를 추월하리라는 전망이다. 13억 인구를 가진 전세계 최대의 전자생산국임에도 저급품만 생산하는 기술열등생으로 비쳐져 왔던 중국이 이제는 단순한 생산공장 차원을 넘어서 우리의 최대 경쟁자라는 새모습으로 다가서고 있다.
특히 전자·IT분야의 수출이 전체 수출량의 40%를 차지하는 우리로서는 세계 6위의 무역대국, 세계 3위권의 투자유치국인 중국과의 경쟁과 협력이 최대 숙제다.
몇년 전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 상하이를 방문, “황포강만 빼놓고 다 변했다”고 한 말에서도 마천루 숲속의 IT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눈부신 변화는 읽힌다. 중국의 글로벌화는 중국 상하이에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400개 기업이 진출해 있는 것만으로도 잘 알 수 있다. 중국에 대해 알고 있는 기업 단체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우리만큼 중국과 가까이 있고 관심을 가지면서도 우리만큼 중국에 대해 둔감하고 무신경으로 중국전략을 펼치는 나라도 드물다”고 말한다.
삼성·LG·SK 등 대기업은 풍부한 정보력과 기술력·자본력을 앞세워 세계적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한 지 오래다. 문제가 되는 것은 중소기업이다. 우리기업의 평균실력이 협력자이자 경쟁자로 부상한 중국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의 기술력·정보력·자금력의 우위를 보이는지 비교해보면 새정부의 역할은 자명해진다. 크게 보면 기술적 차원의 대응, 통상교섭력과 인력확보, 집중된 정보를 통한 중국정보센터 마련과 중국전문가 육성 등으로 요약된다.
◇신기술 융합 통한 기회 살려야=중국의 하이얼·창훙·하이신·캉자 등 중국의 4대 가전메이커는 소니·필립스는 물론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을 따돌릴 기세다. 이미 그들은 우리 하이닉스반도체의 LCD부문을 집어삼키고 기술적으로도 맹추격해 오고 있다. 우리의 장점인 R&D 인프라와 산·학·연간 협력체계를 강력히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이 요구된다. 각종 기술표준 등을 조기 설정해 한정된 R&D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한 생산기술 측면의 기술경쟁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리인 만큼 산업의 고부가화를 도모하고 원천핵심기술 개발쪽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등을 융합해 핵심 부품·신소재 측면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가면서 원천적 경쟁력 확보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
◇중국정보센터 마련 시급= 수교 11년째를 맞는 우리는 ‘백리마다 풍속이 다르다’는 속담을 가질 정도로 다양한 성정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인 중국에 대해 너무도 모르고 있다.
정보수집과 관련해 너무나도 민간의 손에 맡겨져 있고 비체계적인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도 중국정보가 산발적이고 분산돼 있어 중국진출이나 대중국 무역 역시 이러한 추세로 가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기금을 출연해 중국정보센터를 마련해야 한다. 민간연구소는 기업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기에 한계가 있다. 정부 차원에 종합적이고도 세세한 정보까지 확보할 수 있는 중국정보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중국의 잦은 정책변화를 신속히 파악, 대응하면서 정보부재를 극복할 때 대중투자 교역 및 기술개발은 더욱 효율적으로 진행될 것이며 힘을 받을 것이다.
진출기업은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정책간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며 제도에도 어둡고 독자적 법제도 해석을 하는 경우도 많아 손해를 보는 등 시행착오를 겪는 일이 다반사다.
◇통상교섭력 확보=대중국 통상전문가가 없다. 대중 협상력 부재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여기에 대중 정보확보를 위한 제대로 된 창구마저도 없다. 특히 중소기업이 이러한 대중 협상력이나 창구부족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대중 무역관련 대응은 수동적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해왔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중국과의 교역에서 60억달러의 무역흑자 기록을 대중 협상력과 연계시켜 생각하는 등 위축된 협상자세를 보여온 것도 사실이다. 중국측에 대해 산업구조의 차이에서 오는 이같은 양상을 명확히 인식시키고 협상력을 키워갈 필요가 있다. 최근 대중 진출산업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
교환기·항공·전력기기 등 위주의 기존 대중국 수출 아이템이 금융·서비스·통신분야로 옮겨가고 이러한 분야에서 정부의 협상력이 과거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통상의 관건이 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민간부문에서 풀 수 없는 부분이기에 정부가 앞으로도 대응논리 없이 수동적으로 대응할 경우 대중 교역문제는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된다.
새정부는 새롭고 현실감 있는 대중시장 진출계획과 적극적 지원정책을 마련해 중국사업을 하는 기업에 보다 현실성 있는 지원을 해야 한다. 중국 인터넷산업계의 스타로 불리던 시나닷컴의 왕즈둥, 소후닷컴의 장차오양, 왕이의 딩레이 등 중국인들조차 자국내에서 실패한 것을 거울삼아야 한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도움말 주신분= 양평섭 무협 동북아팀 연구원, 강승호 LG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 최창길 JKTI 전무, 박기주 케이디파워 사장, 이재형 변호사, 김승한 안철수연구소 중국팀장, 이인렬 전경련 산업조사본부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