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계 2위의 파운드리 업체 대만 UMC가 기존 파운드리 모델의 폐기를 선언하고 ‘파트너십 파운드리 모델’을 새로 들고 나왔다.
파트너십 파운드리 모델의 핵심은 각 분야별 핵심 반도체 설계 업체들과 합작사 설립, 주식 교환, 장기 계약 등을 통해 협력관계를 강화, 수익을 공유하는 대신 일시 고객이나 주문 물량이 적은 고객으로부터의 수주를 중단하는 것.
UMC가 이같은 전략을 내세운 것은 반도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광범위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수주 활동이 치열한 가격 경쟁을 불러와 순익을 악화시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파운드리 업계는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늘고 있지만 신생 업체가 잇따라 등장해 수익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UMC의 총마진은 지난해 4분기 15센트에 불과했는데 이는 전년동기 55센트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이다. UMC의 회장인 로버트 챠오는 TSMC의 총 마진 역시 지난해 32.3%로 전년 45.7%에 비해 크게 악화됐다며 파운드리 업계가 문제를 겪고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그는 “광범위한 고객에게 고급 제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쓸모 없게 됐다”며 “현재와 같은 파운드리 모델의 고마진 시대는 영원히 끝났다”고 주장했다.
대만의 전자시보는 UMC의 새 전략이 특화된 분야에서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팹 없는 반도체 설계 업체를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UMC는 지난해 12월 칩세트 업체인 실리콘인티그레이티드시스템(SiS)과 거래를 재개하면서 지분 2.32%를 공개 매입, 이 회사 이사회에서 3명의 이사 자리를 확보한 바 있다. 현재 대만의 팹 없는 반도체 설계 업체는 비교적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일례로 UMC의 지난해 주당 순이익이 0.5대만 달러에 불과한데 비해 미디어텍의 주당 순이익은 27대만달러에 달했다.
이와 관련, UMC의 IR담당 이사인 리우 치퉁은 “과거 우리는 어둠 속에서 과녁을 맞추는 것과 다름 없었지만 이제 어느 고객, 어떤 기술이 우리의 목표인지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러나 UMC의 전략이 경우에 따라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90년대말 UMC는 많은 계열 합작사가 서로 경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들을 다시 합병해야만 했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한편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대변인인 J H 쳉은 “마진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전에도 수익이 떨어졌던 적이 있다”며 “기존 전략을 바꿀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