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와 ATI 등 그래픽 칩세트 전문업체들이 최근 직접 고급형 그래픽카드 제조에 나서 이들로부터 칩세트를 공급받아 그래픽카드를 생산해온 제조업체들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의 그래픽칩세트 제조업체인 엔비디아는 이달 선보일 고급형 신제품 ‘지포스FX’ 제품을 직접 생산해 전세계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그동안 엔비디아는 그래픽 칩세트만을 공급하고 그래픽카드의 제조는 대만·한국 등지의 각 지역 제조업체들이 맡아왔으며 엔비디아가 그래픽카드 제조까지 직접 담당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엔비디아의 경쟁사인 캐나다 ATI측도 지난해말 발표한 최고 사양 그래픽카드인 라데온9700 제품은 전량을 자체 생산, 전세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ATI측은 이와 관련, 지포스FX와 라데온9700 등의 제품은 다층 PCB 기판을 사용하는 그래픽카드들로 기술적인 어려움 때문에 직접 생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나 향후에는 협력업체들이 제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제조업체의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는 아직 지포스FX 칩세트 공급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는 협력업체에도 칩세트를 공급한다고 하지만 고가제품은 초기 수요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고급형 시장이 칩세트 업체의 독주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또 ATI 그래픽카드를 제조하는 업체 관계자는 “9700급의 그래픽카드는 국내에서 생산한다 하더라도 ATI에서 제조한 제품과 경쟁할 만한 가격구조를 맞추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래픽카드 제조업체들은 PCB 기판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어 엔비디아와 ATI의 완제품 생산은 더욱 늘어나 결국 마진율이 박한 보급형 제품만을 조립, 생산하는 업체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