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IT협력 전제조건

◆정일 목포대 중문과 교수 mamadu@hanmail.net

 

 남북IT협력의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남북경협의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 순서다. 또한 남북경협의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최근의 핫이슈인 북핵문제, 남·북·러시아의 한반도 종단철도(TKR) 및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계방안, 북미관계, 한미관계 등이 어떻게 정리되느냐를 검토해야만 비로소 합당한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계획경제체제의 비효율성으로 인한 경제난을 타파하기 위해 2002년 7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시장경제적 요소가 가미된 ‘경제관리개선 조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조치에 의해 지난해 9월 12일 신의주특별행정구를 설정한 데 이어 11월 ‘개성공업지구법(5장 46조)’과 ‘금강산 관광지구법(29개조)’을 발표했으니 이런 일련의 조치는 북한이 시장경제의 도입을 통해 발빠른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주의 원칙을 중시하면서도 최대한 실리를 추구하려는 정치적·경제적 변화는 21세기 새로운 차원의 남북경협에 중요한 기초가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9월 18일에는 경의선 및 동해선의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이 남북에서 동시에 거행됐다. 지난 82년 남측이 20개 시범실천사업의 하나로 ‘서울-평양간 도로 연결’을 제의한 뒤 20년 만이다. 이는 그간의 햇볕정책 아래 줄기차게 추진돼온 남북간 협력이 북한의 정치경제정책에 있어서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도록 유도한 것이다. 물론 이런 변화는 단순히 남북간 협력으로만 유도된 것은 아니며 북한을 둘러싼 동북아지역의 정치·경제적인 환경 변화 및 북한 식량문제 등을 포함하는 북한 내부사정 등이 영향을 준 것이기도 하다.

 또한 러시아의 ‘남북한과 3자 철도협의 제의’(2002년 12월 26일)는 TKR와TSR의 연결을 당사국들이 얼마나 바라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제의다. 돌발적인 북핵사태로 김대중 정부에서는 TKR의 결실을 볼 수 없었지만 노무현 신정부는 햇볕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신중한 북핵문제의 해결을 통해 TKR의 풍성한 과실을 딸 수 있기를 기대한다.

 TKR와 TSR, 나아가서 중국종단철도(TCR)와의 연결을 위해서는 중국 및 러시아와 각기 3자(또는 다자) 철도협의를 위한 기초를 닦아나가면서 미국에 약간의 반사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한다면 국제물류복합운송 방면에서 신정부는 외교적이고 경제적인 분야에서 신기원을 이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 역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국제물류복합운송사업의 단계적인 추진은 북한의 SOC 건설을 비롯해 좀더 개방된 형태의 국제사회 질서 속에서 북한사회의 출현에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향후 남북IT협력 및 북한 IT산업의 활성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역할 가능성도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6월에는 정부와 통신업계 관계자로 구성된 방북단이 북측과 이동통신서비스 및 통신망 현대화 사업에 관해 논의하는 등 통신분야의 남북 IT협력을 위한 물꼬를 튼 바 있다.

 한편 북핵문제를 놓고 북한과의 협상을 어느 나라가 주도할 것인지도 국제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희망과는 달리 미국과 북한이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얼마나 인정해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노무현 당선자가 이전과는 색다른 방식에 의해 선출된 시민대통령이라는 사실은 한국의 남북정책 및 동북아정책 집행에 있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많은 여건을 갖고 있음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일본·중국·러시아 등 동북아 주변국들도 북핵문제에 대해 나름대로의 입장을 밝히며 독자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경제안정을 기초로 한 국제물류복합운송에 있어서 주도권 및 유리한 선결여건을 성숙시키려는 각자의 속셈을 갖고 있을 것이다.

 신정부가 한반도를 동북아시아의 물류핵심기지로 만들기 위해 북한지역 철도설비의 개선 및 열차 바퀴축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궤간가변차량 개발 등 21세기 IT강국 및 21세기 국제물류강국의 비전을 착실하게 펼쳐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