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플레이어가 시장에 출현한 지 올해로 7년째를 맞이했다.
우리나라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해 세계적으로 히트시킨 최초의 제품으로 우리나라 IT산업을 얘기할 때 인터넷, 휴대폰과 더불어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제품중 하나다.
이제 MP3플레이어는 얼리어댑터라고 불리는 일부 마니아층만 사용하는 특이한 제품에서 벗어나 휴대형 음향기기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 규모도 해가 다르게 커져 올해에는 전세계적으로 1300만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시장도 작년 약 60만대의 시장에서 올해는 약 150만대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산업으로서의 중요성도 매우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시장의 규모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비교적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은 종주국의 입장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렇다면 한국 MP3플레이어 산업의 전망이 밝기만 한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보이지는 않는다.
MP3플레이어업계의 경우 대부분 플래시 타입에 치중돼 있는데 <표1>의 수요 전망에서 보듯 플래시의 경우 상대적으로 성장이 낮으며 진입장벽도 높지 않다. 더욱이 핵심부품이나 저장매체의 원천기술분야에선 우리나라가 극도의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지만 한 산업이 성장하려면 제품산업 못지않게 부품산업도 경쟁력을 가지면서 균형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제품의 경쟁력과 부품의 경쟁력은 곧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들어 SoC(System on a Chip) 기술의 발달로 제품의 모든 기능이 하나의 칩으로 집적되고 있기 때문에 핵심부품의 경쟁력이 곧 제품의 경쟁력을 직접적으로 좌우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 MP3플레이어 산업의 어두운 면이 도사리고 있다. 초기에 MP3플레이어 관련 부품시장을 선점한 마이크로나스, 2세대 제품으로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킨 서러스로직 그리고 현재 3세대 SoC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필립스와 시그마텔 등 MP3플레이어 관련 핵심부품 업체들이 모두 외국 업체다. 이들 업체는 해마다 신제품을 내놓으며 MP3플레이어의 코어를 장악해 가고 있다.
물론 국내에서도 MP3플레이어 관련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으며, 몇몇 업체는 그 성과를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업체의 경우, 디지털기술에 비해 아날로그기술의 한계로 경쟁력 있는 차세대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MP3플레이어는 본질적으로 음향기기다. 따라서 음질이 가장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다. MP3 데이터는 디지털 데이터지만 이를 처리해 최종 출력하는 신호는 아날로그 신호다.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하는 기능을 하는 DAC(Digital Analog Converter)의 성능에 따라 최종 출력되는 신호의 질이 좌우된다.
이에 따라 뛰어난 음질을 내려면 우수한 아날로그 기술이 있어야 하지만 경쟁력 있는 오디오용 DAC를 생산하는 업체는 국내에 단 한군데도 없는 실정이다.
MP3플레이어는 바야흐로 디자인 경쟁시대로 접어들었다. 포터블 제품의 경향이 소형화와 경량화로 진행되면서 크기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경쟁력 있는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려면 내부의 부품 수를 줄여야 한다. 부품과 회로의 크기가 줄수록 디자인의 자유도는 더욱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SoC가 아니면 도저히 제품을 개발할 수 없는 시대인 것이다.
이와 같이 디지털 블록과 아날로그 블록이 원칩으로 통합된 MP3플레이어용 SoC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국내 MP3플레이어 부품산업의 시급한 과제다.
저장매체도 우리의 입지는 점점 위축되고 있다. 다행히 플래시메모리는 삼성이 주도권을 가지고 선전하고 있으나 여전히 비트당 고가라는 가격의 장벽을 쉽게 넘을 수가 없다. 반면에 저가의 마이크로드라이브, 데이터플레이 등 새로운 저장매체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소니와 필립스도 블루 레이저를 사용한 소형 고용량의 새로운 미디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부품업계의 대응은 전무한 형편이다.
요즘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으로 떠오른 CDMA 휴대폰의 경우 그 품질과 디자인, 성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핵심부품의 경우 원천기술 업체인 미국 퀄컴에 종속돼 그들이 원하는 데로 휘둘리는 것처럼 부품에서의 획기적 원천기술의 개발이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가 발명하고 우리가 키운 MP3플레이어 시장도 결국 외국업체에 종속돼 우리에게 남는 것은 별로 없게 될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MP3플레이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완제품업체가 여러곳 있으며 현재 MP3플레이어의 기능적, 디자인적인 트렌드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한국의 업체들이다.
부품 업체의 경우 시장을 보는 눈이 제품 완제품 업체를 따라갈 수 없다. MP3플레이어의 표준을 만들어 가는 업체들이 국내에 있다는 것은 부품업체로서도 기술 개발의 좋은 환경이며 이들과의 협력을 통하여 경쟁력 있는 부품을 기획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포터블오디오협의회(KPAC)를 중심으로 MP3 핵심부품의 공동개발을 추진하는 등 부품 경쟁력 제고를 위한 일련의 움직임이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 하겠다.
이것은 부품산업의 경쟁력이 MP3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함을 MP3업체가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한 것이다.
첨단 부품의 개발에는 많은 인적·물적 투자가 필요한 만큼 국내의 반도체회사나 대기업에서 보다 열린 자세로 세트 업체들과 교류·협력하여 새로운 코어 반도체와 차세대 미디어의 개발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것을 사명감이나 공헌의 관점에서 볼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급격히 성장하는 MP3라는 황금시장에 대한 수종 투자라는 관점에서 보다 폭 넓은 이해와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양덕준 joonyang@reigncom.com >
◇양덕준 아이리버 사장
학 력
△1969. 2 대구 계성고등학교 졸업
△1977. 2 영남대학교 응용화학과 졸업
△2002. 12 고려대 반도체 최고위과정 수료
주요경력
△1978. 3∼ 삼성반도체 입사
△1985. 4∼ 삼성전자 반도체 미국법인(SSI) 근무
△1988. 1∼ 삼성전자 홍콩지점 지점장 근무
△1991. 12∼1998. 9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수출담당 이사
△1999. 1 레인콤 설립
△2000. 7 아이리버 코리아 판매법인 설립
△2001. 12 아이리버 아메리카 법인 설립, 독자브랜드 진출
기타 2001. 11. 1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상
2001. 11. 30 한국무역협회장상
2000만불 수출의탑 수여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차세대 저장매체 종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