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대형연구개발사업 기획이 지나치게 주관적이며 기술적·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한 제반 검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최근 펴낸 ‘국가대형연구개발사업의 기술적·경제적 타당성 분석방법(연구책임자 김태유 서울대 기술정책대학원 교수)’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대형연구개발사업을 기획하는 데 있어 해당사업에 대해 구체적 근거나 객관적인 평가없이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는 당위적 주장으로 일관하거나 이를 반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과학기술의 복합화와 융합화에 따라 연구개발사업이 대형화되고 있으나 국가과학기술발전계획 등 상위정책 목표와 부합성·경제적 부가성·제반요소에 대한 기여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사업이 기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제적 기여도에서 단순히 시장전망 자료를 인용하거나 ‘경제적 효과가 클 것이다’는 식의 극히 주관적인 결과만을 제시함으로써 객관성을 상실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업의 선택에 있어 주관성이 개입될 여지를 크게 할 뿐만 아니라 사업간 비교조차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예산배분자의 입장에서 최적의 포트폴리오란 개념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기술적·경제적 불확실성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거나 실패시 대처나 실패 자체의 가치에 대해 아예 언급하지 않고 있어 기술복잡성의 증대에 따른 내적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 혁신시스템에의 기여도를 평가하기 위해 중요한 수단이 되는 간접파급효과에 대한 분석이 공통된 매뉴얼을 근거로 하지 않아 상호비교가 불가능한 형태로 제시되고 있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타당성 분석 결과도 연구개발사업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형태가 아니라 선정절차에만 1회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형연구개발사업이 10년 이상 수행되고 있으나 사업이 시작된 이후 모니터링 차원에서의 평가만이 이뤄지는 등 급변하는 환경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구개발 자원의 수혜를 입은 연구 주체가 다른 혁신 주체에 긍정적인(포지티브) 기술적·경제적 영향을 미치지 못함에 따라 연구개발 혜택이 일부 연구 주체에만 수용되는 사적 잉여만 증대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대형연구개발사업 추진을 위한 기획과제를 입체적·총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이 보고서는 주장했다.
더욱이 각 부처의 대형연구개발사업에 대해 심의 및 조정기능을 수행해야 할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전문성 부족으로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점이라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김태유 교수는 “국과위 산하 소위원회가 사안별로 한 번씩 참여하는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어 전문성이 크게 떨어지고 객관적 자료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며 “독립된 객관적인 타당성 평가전문기관을 구성, 매뉴얼을 구체화하고 사례를 체계적으로 축적한다면 국가예산 집행의 효과성 극대화 및 연구개발사업 자체의 성과 증진이라는 측면에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