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 `뜨거운 감자` 차기 넘기나

 방송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아온 4대 방송정책 현안들이 마지막으로 보이는 4일 방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음에 따라 차기 방송위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대해 방송계에서는 차기 방송위에 뜨거운 감자를 모두 떠넘겨 부담을 주게 됐다는 쪽과 일단 2기 방송위에서 새롭게 다룸으로써 업무에 효율을 가져오게 됐다는 쪽 등 각기 상반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최근 현안으로 떠오른 방송위 마지막 의결안건은 △제3기 디지털방송추진위원회 최종보고서 △스카이라이프의 KBS2 동시 재송신 승인 △iTV경인방송의 역외재송신 승인 △지상파TV 방송운용시간 연장 등 4건.

 11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현 방송위가 안건을 처리할 수 있는 전체 회의는 10일로 한번 더 남았지만 임기 만료 전날이라는 점에서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차기 위원 구성이 3월로 연기돼 현 방송위의 임기가 한달여 연장된다 하더라도 사실상 중요 사안을 의결하기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방송계의 현안=4일 의결안건으로 상정됐던 3기 디지털방송추진위 최종보고서는 워크숍을 통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위원들의 의견에 따라 차후로 연기됐다. 유럽식 지상파TV 전송방식을 주장하며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언론계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이 디지털 방송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면서 현 방송위가 부담을 느낀 듯하다.

 이에 따라 디지털방송 법제화 및 지상파 디지털오디오방송(DAB) 허가일정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다만 방송위는 고선명(HD)TV 의무방영시간을 올해 봄개편부터 13시간으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스카이라이프의 KBS2 동시 재송신은 현 방송위가 3월 이후 차기 방송위에서 다루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방침을 스카이라이프 측에 전달했다. 방송위는 이달 초 공동으로 시행하려 했던 수신제한시스템(CAS)에 대한 기술검증도 3월 이후로 연기할 것을 스카이라이프 측에 요구했다.

 iTV의 역외재송신 역시 아직 이해당사자의 의견청취가 충분하지 못하고 스카이라이프의 지상파TV 재송신과 함께 처리해야 된다는 이유로 의결을 미루고 있다. 방송위는 지상파TV 방송운용시간 연장 또한 시행방안이 가을개편부터라는 점에서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뜨거운 감자 떠넘기기 인가=현 방송위가 최근의 현안들에 대해 어떤 것 하나도 결론을 맺지 못한 것은 차기 방송위에 부담을 떠넘기려 하는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 상태에서 모든 현안들은 이해당사자간의 대립이 얽혀 있어 어떤 결정을 내린다 하더라도 최소한 한쪽으로부터는 불만을 야기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 방송위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임기를 끝내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또한 차기 방송위가 이 현안들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나 수정을 결정한다면 방송사업자들은 또다시 장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부작용이 있다.

 ◇차기 방송위가 결정=중요 현안들이 임기 말에 한꺼번에 처리된다면 그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할 차기 방송위가 큰 부담을 안게 되기 때문에 차기 방송위 스스로가 결정해야 오히려 효율적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업무를 수행하게 될 새 방송위원들이 현안들에 대한 정책적 재검토와 이해당사자간의 중재를 스스로 거쳐야 행정처리가 매끄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새 방송위원들이 실무를 담당하는 방송위 사무처와 교감하고 방송사업자간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