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컴퓨터 전시회인 컴덱스를 주최하는 미국 키3미디어사가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마침내 무너졌다. 이에 따라 지난 79년부터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열리던 컴덱스 전시회의 정상적인 개최 여부가 극히 불투명해지는 것은 물론 정보기술(IT) 분야의 전시산업계 판도도 크게 변할 것으로 보여 주목을 끌고 있다.
A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키3미디어는 최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키3미디어는 최근 수년 동안 컴덱스를 비롯한 넷월드·인터롭 등 IT전시회의 출품업체 및 관람객 수가 감소하면서 매출액이 매년 20∼30%씩 줄어 심각한 경영난을 겪어왔다.
키3미디어는 이번 파산보호 신청이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회사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3미디어는 법원에 제출한 정상화 계획이 승인을 받으면 회사 경영권이 투자은행(구조조정 전문회사)이자 대주주인 토머스 와이젤 캐피털 파트너스(Thomas Weisel Capital Partners)의 소유로 넘어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파산법원에 제출한 정상화 방안을 보면 현재 3억7200만달러(약 4400억원)에 이르는 키3미디어 부채 중 상당 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와이젤이 다시 키3미디어에 3000만달러의 운영자금을 지원함으로써 경영권을 완전 장악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키3미디어는 이날 파산보호 신청에도 불구하고 컴덱스를 비롯해 올해 예정된 주요 전시회들은 차질 없이 개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키3미디어는 지난해 이미 전세계적으로 컴덱스 전시 횟수 및 지역을 크게 축소한 바 있으며 이번에 파산보호까지 신청함으로써 컴덱스는 또 한 차례 큰 변화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키3미디어는 지난 2000년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지프데이브스가 운영하던 컴덱스 쇼를 비롯해 넷월드+인터롭(NetWorld+Interop), 자바원 샌프란시스코(JavaOne San Francisco), 세이볼드 세미나(Seybold Seminars) 등의 IT전시회를 인수해 매년 이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컴덱스 쇼는 인터페이스그룹에 의해 지난 79년 PC판매업체들을 위한 전시회로 탄생한 후 소프트뱅크(95년), 키3미디어 등의 업체를 바꿔가며 올해로 25회째를 맞는 컴퓨터 분야 최대 전시회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