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체 수익기반 약화

세트업체 원가절감 내건 납품가격 인하요구

세트업체들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원가절감을 이유로 부품 납품가 인하에만 치중, 부품업체들의 수익기반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등 일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분야를 제외한 대다수 부품 업체들이 국내에서 설자리를 잃어 해외로 엑소더스를 추진, 수십년간 국내 전자·정보통신 산업을 지탱해 온 부품산업이 공동화 현상을 보이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현실화하고 있다.

 4일 부품업계에 따르면 세트업체들의 줄기찬 단가인하 요구로 주요 부품 납품단가가 매년 15∼20%씩 급락, 부품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원자재 가격은 매년 지속적으로 상승, 주요 부품업체들이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영업이익 및 영업이익률이 역신장을 하거나 매출 증가율에 크게 못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삼화전기(대표 서갑수)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수준인 41억원을 맴돌 것으로 예측했다. 회사측은 지난해 매출이 4.5%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지만 단가하락으로 영업이익률은 전년 매출액의 3%에서 1∼2%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삼영전자(대표 변동준)는 지난해 매출이 1792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상승하는 호조를 보였으나 영업이익률은 전년과 비슷한 매출액의 5% 내외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2년 전 영업이익이 287억원을 기록, 매출의 12.8%를 차지한 것을 감안하면 절반으로 뚝 떨어진 셈이다.

 자화전자(대표 김상면)는 휴대폰용 진동모터에서 지난해 올린 매출이 전년의 810억원에서 953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14.7%에서 13.7%로 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한국전기초자(대표 박순효)는 매출이 6617원으로 전년(6098억원)보다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29.6%에서 28.5%로 감소했으며 디브이에스코리아(대표 이병헌)도 대우일렉트로닉스(대우전자) 등에 DVD로더를 공급, 지난해 전년 대비 무려 63% 늘어난 2400억원을 기록한 반면 영업이익률은 5%에서 4%로 오히려 감소,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동양증권의 한 관계자는 “2000년까지 투자된 대규모 증설분의 감가상각이 2001년 상당부분 이루어진 점을 고려했을 때 지난해 영업이익 및 이익률이 소폭 감소하거나 전년 수준이란 것은 실제 이보다 더 악화된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모아텍·삼영전자·우영·써니전자 등 주요 부품업체들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해외생산 비중을 높이고 있어 심각한 부품 제조 공동화 현상이 우려된다. 실제로 국내 최대 종합부품업체 삼성전기의 경우 지난해 전년 대비 6%포인트 증가한 62%를 해외에서 생산함으로써 10개 부품 중 6개의 원산지가 해외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조를 설득해 2년째 임금인상을 동결하고 설비를 해외 이전하는 등 수익성 개선에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세트업체의 무리한 단가인하 요구로 점점 버티기가 힘든 상태”라며 “전자산업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부품업계 전반의 개발의욕이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