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삼성, 차세대 LCD 생산거점 경쟁 점화

 ‘파주냐, 아산이냐.’

 반도체에 이어 또 하나의 매머드급 ‘글로벌 No.1’ 산업으로 떠오른 한국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생산거점을 놓고 LG와 삼성이 다시 마주쳤다. 삼성전자가 천안에 이은 차세대 거점으로 충남 아산<사진>을 선정하자, LG필립스LCD가 최근 경기 파주<사진>를 전격적으로 낙점한 것이다. 본지 2월 4일자 30면 참조

 현재 LG와 삼성의 TFT LCD 주력 생산거점은 구미와 천안. 그러나 이들 공장은 올해로 예정된 1개 공장 정도만 증설하면 모두 포화상태에 이른다. 즉, 파주와 아산은 두 회사 TFT LCD 사업의 중장기 비전과 전략적 포석을 담고 있는 셈. 따라서, 향후 이들 지역이 어떤 형태와 규모로 조성돼 한국 TFT LCD 산업의 헤게모니를 쥘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이후 LG·삼성 양그룹간 최대 격전지로 부상한 TFT LCD 부문에서 세계 1위를 놓고 접전을 벌이는 두 회사로서는 40만∼50만평의 초대형 부지 위에 미래 생산거점을 얼마나 경제적이자 효율적으로 조성하느냐에 따라 2005년 이후 사업의 성패가 엇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

 우선 현재 인프라 측면에서는 삼성의 아산이 더욱 유리해보인다. 경기 남부에서 충남 북부로 이어지는 중부권에 천안∼아산으로 이어지는 삼성전자 LCD 일관생산라인(FAB:팹)을 축으로 백라이트유닛(BLU)·도광판·컬러필터·액정·냉음극형광램프(CCFL)·유리·LCD구동칩(LDI)·TAB·장비 등 핵심 소재·부품·장비 등의 모든 협력업체들이 총 집결, 세계 최대의 ‘TFT LCD 벨트’를 형성한 때문이다.

 아산은 특히 기존 천안 공장은 물론 기흥·수원 등 유관 사업부문과도 그리 멀지 않은데다 대덕 연구단지와 가깝다는 것도 강점. 여기에 정부가 인근에 LCD산업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하는 등 관련기관들이 몰려들고 있다. 특히 세수확보·고용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는 LCD사업에 대한 충남도 등 지자체의 관심과 배려도 크다. 장기적으로는 행정수도 이전의 수혜도 예상된다.

 이에 맞서는 파주의 강점은 뛰어난 입지조건. 경기도가 분양과 함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파주시 월롱면 일대는 임진강과 한강 하류가 만나는 요지로 무엇보다 물이 풍부하다. LCD업종은 반도체와 함께 물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업종으로 입지조건에 물은 필수요소다. LG측은 “멀리 대청호 물을 끌어쓰는 삼성 천안 및 아산에 비해 훨씬 유리할 것”이라고 말한다.

 날로 심각해지는 전문인력 확보와 물류 면에서도 파주가 다소 유리해 보인다. 이곳은 서울은 물론 파주·문산·일산·김포 등과 인접, 인력확보가 용이한데다 인천국제공항 및 항만과도 가깝다. 장기적으로는 남과 북을 연계, 중국·러시아 등의 각종 대륙 횡단철도와 연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각종 인프라와 입지조건이 차세대 공장부지 선정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지만, LG와 삼성의 차세대 LCD 생산거점 확보경쟁은 정확한 설비투자 타이밍과 적절한 생산 아이템 선정, 글로벌 마케팅과의 연계 등 3박자가 얼마나 잘 조화를 이루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