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사상 초유의 인터넷 대란사태를 체험했다. 존재가 없을 때 비로소 그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인터넷 불통은 국민 대다수에게 큰 불편함을 초래했다.
필자는 이번 인터넷 마비사태를 겪으면서 70∼80년대 잦았던 정전사고로 인한 암흑천지 경험을 떠올렸지만 그 파급효과는 정전사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 그만큼 인터넷이란 수단이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는 방증이라 생각한다. 더욱이 지난달 30일에도 일부 지역에서 또다시 인터넷이 불안정하게 운용되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두 번에 걸친 인터넷 마비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앞으로 더욱 강력한 인터넷 마비사태가 있을지 모르지만 두 차례에 걸친 통신대란에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인터넷 대란이야말로 양적 팽창에만 치중하며 IT강국이라 자부해온 한국 정보산업의 암울한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본다. 60∼70년대 경제개발의 당면과제에만 신경쓴 나머지 단계를 밟아오르는 노력이 부족했던 과거를 재현한 것이나 진배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또 사후대책에 있어서도 관련기관과 통신업체 모두 서로 책임전가에만 급급할 뿐 반성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우리는 이렇듯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대란을 겪었음에도 그리 큰 경각심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인터넷이란 수단은 그 기능이 정지될 경우 국가 기간산업을 마비시킬 정도로 우리 산업 전반에 걸쳐 깊이 관련돼 있다. 이번 사건은 그런 점에서 우리 정보산업의 현주소에 대한 고찰과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양적 팽창에 상응하지 못하고 있는 국가 차원의 정보보호시스템과 보안기술에 대해 질적 성장과 대중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일부 시민단체에서 제기한 것처럼 각 통신업체나 닷컴기업이 소비자 보상대책을 소홀히 해서는 안되리라 생각한다. 이번 사고에 있어 적절한 대응책을 세우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며 국가 인프라의 취약성을 드러낸 정부 관련기관 또한 정보보안 분야에 대한 혁신적인 대안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번 대란이 금융·증권시스템과는 다소 관련이 적은 주말에 일어났음에도 그로 인한 손실은 가히 천문학적인 액수에 달한다. 은행과 증권업계 측에는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거래가 지연되면 사용자들은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게된다. 이런 사태가 평일에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재발방지를 위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유재범 대전 중구 문화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