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달 전 대규모 공급계약 소식을 알린 후 계약이 해지됐다고 재공시하는 기업들이 적지않아 주의가 요망된다.
지이티는 지난 3일 뱅크25에 납품키로 했던 504억9000만원 규모의 제품 가운데 487억1485만597원 규모의 공급계약이 해지됐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중순 1600원대였던 회사 주가는 공급계약이 해지됐다는 소식에 폭락, 보름 동안 50% 이상 주가가 내렸다. 코리아링크는 지난달 29일 직전년(2001년) 전체 매출의 156.5%에 해당하는 대규모 제품 공급계약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등했지만 공시후 닷새만인 3일자로 회사 1차 부도 사실을 공시했다.
이처럼 대규모 공급계약 발표 후 이를 해지하는 과정에서 공시를 믿고 투자했던 사람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주목된다. 대규모 공급계약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듯 공급계약 해지는 주가의 급락 요인이다.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일 이후 공급계약 해지를 공시한 코스닥 정보기술(IT)기업은 씨엔아이·하이퍼정보통신·한원마이크로웨이브 등 15개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씨엔아이·예스테크놀러지·모닷텔·엔플렉스·동양반도체장비·어드밴텍테크놀로지스 등 6개사는 초기 공급계약을 맺은 금액 전부가 취소된 경우다. 이밖에 일부 제품만 공급했거나 일부 공급계약이 취소됐다고 공시한 기업들도 대부분 실제 공급 규모는 당초 계약금액의 10%도 채우지 못했다. 한 증시관계자는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공급계약이 해지될 수도 있지만 일부 기업들이 악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며 “사실상의 피해는 공시를 믿고 투자했던 사람들에게 발생하고 있으며 주식시장 전체의 투자 분위기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공급계약 해지를 발표한 기업들에 대한 규제 장치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전년 전체 매출보다 많은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밝히고 이를 불과 몇 달만에 번복하더라도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이나 ‘투자유의 종목 지정’ 등 패널티 부과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윤권택 코스닥 공시서비스팀장은 “현행 규정상 공급계약 해지는 의무 공시사항이지만 공급계약이 해지된 것 자체로는 제재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며 “향후 감리 결과에 따라 공급계약 발표 후 대주주 주식 매각 등 불공정 거래 여부가 드러날 경우에만 책임을 묻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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